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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밥 먹여준다면

[출판하기] 구름같이 사라졌던 '구름빵' 작가의 [저작권]

by 훈훈하니 2023. 3. 6.

<구름빵>백희나 동화작가는 한 방송 출연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처음 작품을 보여줄 때 당신은 별것 아니고, 당신의 작품도 하찮다는 얘기만 많이 할 거에요.

그런데 누가 그런 소리를 해도 중요하지 않아요.

자기 자신만큼은 자기 작품이 최고라는 걸 절대 잊지 말고,
남들이 나를 그렇게 대하지 않더라도 나를, 내 작품을 최고로 대우해줘야 해요.”
* 2020년 9월 9일 tvN '유퀴즈온더블록' 71회
 
구름빵
사랑을 담은 구름빵 둥실 비 오는 날 아침, 작은 구름 하나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어요. 아이들은 하도 신기해서 조심조심 엄마한테 갖다 주지요. 엄마는 작은 구름을 반죽하여 빵을 굽습니다. 잘 구워진 구름빵을 먹은 엄마와 아이들은 구름처럼 두둥실 떠오릅니다. 〈구름빵〉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먹을거리에 구름을 합쳐 ‘하늘을 나는’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 줍니다. 또한 이런 독특하고 재미있는 사건에 ‘따뜻한 식구 사랑’도 표현했습니다. 회사에 늦을세라 아침도 못 먹고 헐레벌떡 나간 아빠한테 빵을 갖다 주는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빛그림책 〈구름빵〉은 다른 그림책과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듭니다. 보통 그림보다 형태감이 분명하고 위아래나 안팎의 거리와 공간감도 더욱 또렷이 느껴집니다. 〈구름빵〉은 그냥 그림이 아니라, 인물과 소품을 손수 만들어 배경이 있는 세트로 놓고 사진으로 찍은 ‘입체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입체가 아니라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느낌으로도 다가옵니다. 군더더기 없는 글과 그림, ‘빛의 예술’ 빛그림까지 어우러져 만들어진 〈구름빵〉은 솜털같이 보드라운 구름 촉감과, 솔솔 고소한 구름빵 냄새와, 훨훨 두둥실 비 오는 촉촉한 하늘을 나는 기분도 느끼게 해 줍니다.
저자
백희나
출판
한솔수북
출판일
2019.12.05
 
백희나
직업
아동문학가, 일러스트레이터
소속
-
사이트
공식사이트, 트위터

2004년에 나온 그림책 《구름빵》은 2019년을 기준으로 대략 45만 부 이상 팔렸고 출판사는 20여 억 원을 벌어들였다고 전해진다. 구름빵 캐릭터를 활용한 스티커,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으로 출판사 한솔교육한솔수복이 벌어들인 2차 저작물 수익도 꽤 된다.

 

백희나 작가가 당시 출판사였던 한솔교육으로부터 받은 돈은 1,850만 원이었다. 백 작가는 당시 저작권을 출판사에 양도했기에, 책이 많이 팔려 출판사가 큰돈을 벌어도 초기 계약금 외에는 돈을 받을 수 없었다.


세간에 알려진 바와 달리 백 작가는 ‘인세 지급의 부당함’을 다투기 위해 소송한 것이 아니었다. 《구름빵》의 주요 캐릭터 ‘홍비’, ‘홍시’가 별개의 저작물임을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했다.

 

 

원작의 캐릭터가 애니메이션이나 뮤지컬, 심지어 다른 시리즈의 책에서 재생산되어 소비되는 방식을 참기 힘들었던 백 작가는 2017년 소송해 2020년 최종 패소했다.

 

물론 백 작가가 승소를 확신했던 건 아니었다. 지더라도 “《구름빵》의 저작권이 나에게 없고, 이건 분명 부당한 일이라는 것을 후배 작가들에게 일러주고 싶었다.”라고 회고했다.


2020년에 이 사연이 크게 회자된 이유는, 백 작가가 《구름빵》으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추모문학상’(ALMA; Astrid Lindgren Memorial Award)을 수상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린드그렌상'은 스웨덴 정부가 제정한 상으로 동화, 그림책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권위 있는 상이다.

 

대체적인 여론은 백 작가의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풀렸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백 작가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지난날의 그 계약과 지금의 소송 결과가 후배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에 대한 문외한이라서 법무팀까지 갖춘 출판사와 공정한 계약을 맺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고 한다.

“계약서를 쓸 때, 처음 작품을 보여줄 때 아마 다들 부족하다는 이야기만 할 거예요.

당신은 별것 아니고, 당신의 작품도 하찮다는 얘기를 많이 들을 거예요.

그런데 누가 그런 소리를 해도 중요하지 않아요.

자기 자신만큼은 자기 작품이 최고라는 걸 절대 잊지 말고, 
남들이 나를 그렇게 대하지 않더라도 나를,
내 작품을 최고로 대우 해줘야 해요.

그에 맞는 계약을 해야 하고. 다음은 없어요.
이 작품도 꼭 지키시길 바래요.”
* tvN. 2020. 9. 9. 유 퀴즈 온 더 블록 71회.

 

그렇다면 출판사의 입장은 어떨까?

당시 계약 당사자였던 한솔수북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본인이 어떻게 그림책 작가가 될 수 있었는지, 어떻게 구름빵이 유명해질 수 있었는지는 일절 얘기하지 않고, 모든 것을 혼자서 다 해냈고 출판사는 아무 역할도 없이 열매를 가로챈 것처럼 얘기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림책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던 백 작가에게 먼저 연락을 해 작업 제안을 했고, 다른 작가들보다 훨씬 많은 작업 비용과 사진 찍는 데만 수개월의 시간과 인력을 투여했다면서 《구름빵》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출판사의 수고를 강조했다.

 

2005년 볼로냐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로 《구름빵》이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가 출판사의 노력이었고, 이후 저작권을 원작자에게 돌려주기 위한 제안을 했을 때에도 백 작가는 사진 촬영 작가의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해 무위로 돌아간 바 있다고 주장했다.


백 작가가 맺은 계약은 매절(買切)계약이다. 매절계약은 주로 뜰지 안 뜰지 불확실한 신인작가에게 출판사가 제안하는 방식이다. 출판 이후 책이 팔리는 양과 관련 없이 원고 작업이 끝나면 작가에게 일정한 계약금을 주고 작가는 저작권을 양도한다. 백 작가의 소송에 대해 고등법원(2심)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계약이 체결된 2003년 당시 원고가 신인 작가였던 점을 감안해 
상업적 성공 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적절히 분담하려는 측면도 갖고 있어, 
백 작가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


만약 대법원이 백 작가의 손을 들어줬더라면 출판업계는 엄청난 혼란에 휩싸였을 것이다. 매절계약으로 손해를 본 출판사도 많지만, 상당한 이익을 본 출판사들은 줄 소송에 휘말렸을 것이다. 일각에선 대법원이 사안의 영향력을 감안해 심리조차 안하고 1, 2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말한다.


앞서 백 작가가 패소했던 이유‘저작물개발용역계약’을 하며 맺은 계약조항 때문이다. 백 작가(원고)는 《구름빵》의 저작권이 설사 출판사(피고) 측에 있다 하더라도 ‘홍비’, ‘홍시’와 같은 캐릭터는 별도의 저작권 보호를 받는 저작물인데, 출판사가 이를 무단 사용해 지적재산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출판계약의 성격을 확인하기 위해 법원 판결문에서 드러난 아래 계약서를 살펴보자. 원고가 백 작가, 피고가 출판사다.

제5조 [저작권]

① 저작물의 저작인격권을 제외한 일체의 권리(저작물의 저작재산권, 2차적 저작물 또는 편집저작물을 작성, 응용할 권리 포함)는 저작물의 인도시에 피고에게 양도된 것으로 본다.
② 원고는 피고 출판사가 필요한 시기에 임의로 저작물을 공표할 것을 허락한다.
③ 원고는 저작물의 전부 또는 일부의 내용이나 이와 유사한 내용을 피고 출판사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사용(출판, 복제, 배포, 대여, 전송, 판매 등) 허락할 수 없다.
④ 원고는 저작권 등록 등에 필요한 경우, 피고 출판사의 요청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⑤ 피고 출판사는 원고의 성명, 사진, 약력, 서명 등을 저작물 및 저작물이 삽입된 출판물과 이를 광고, 홍보하기 위한 각종 매체에 사용할 수 있다.

제6조 [저작물의 수정·변경]

① 피고 출판사는 필요한 경우, 저작물의 본질적 내용을 변경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원고로부터 인도받은 저작물의 내용을 수정, 변경, 편집하거나 번역, 방송, 녹음, 녹화, CD 등 기타 전자기록 매체에 의한 저장(인터넷 온라인 또는 PC통신상의 게시, 컴퓨터 파일형태를 통한 전송 혹은 배로, 전자서적의 발간 등과 관련해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 등)에 2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원고는 피고 출판사의 서면 동의없이 저작물을 2차적으로 사용하거나 또는 제3자에게 저작물의 2차적 사용을 허락할 수 없다.

 

위에서 보듯 ‘저작인격권’을 제외한 모든 저작권을 출판사에 양도했고, 오히려 백 작가가 저작물을 수정, 변경, 방송, 녹음, 녹화할 수 없도록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까지도 출판사가 독점했다.

 

to be continued...

 
책이 밥 먹여준다면
이 세상에 우아한 책은 없다. 출판계는 점점 책의 콘텐츠나 작품성보다 상품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현실이다. ‘작가의 가치는 작품성이 아닌 상품성’이라고 명명했을 정도다. 물론 책은 상품이라 할 수 있다. 책은 그 자체로 고상하지 않지만, 책의 언어는 다르다. 일상의 지옥에서 아파하는 사람을 끌어올릴 수도 있고 사유방식도 변화시킬 수 있다. 그것이 책이 가진 힘이다. 꾸준히 좋은 책으로 사람들에게 읽히기 위해서는 책의 상품성과 함께 고려해야 할 다양한 문제들이 가득하다. 이 책은 생애 첫 책을 준비하거나 1인출판사를 준비하는 사람들, 미래의 출판인과 작가를 꿈꾸는 이에게 맞춰져 있다. 따라서 대형 출판사의 마케팅 방법보다는 작은 출판사가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지를 고찰했다. 필자 나름대로는 출판을 준비하거나 출판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현장에서 간과하기 쉬운 33가지 팁을 정리하며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을 담으려 노력했다. 세세한 실무 영역을 다루려면 끝이 없기에 몇 개의 사례만으로도 현장의 감을 느낄 수 있도록 편집했다. 1장은 책의 본질과 출판시장에서 책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트렌드를 살펴본다. 2장 ‘책 쓰기’에서는 글쓰기 훈련과 작가가 되고 싶은 이들이 책을 엮을 수 있는 콘텐츠, 투고의 방법 등을 소개한다. 3장 ‘출판하기’에선 저자의 권리와 계약 방법, 출판의 유형 등을 알아보고 자신과 맞는 출판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4장 ‘출판하는 사람들’에서는 출판사의 창업과 북 마케팅 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출판 환경은 녹록지 않다. 시중에 나온 책 중 20%만이 독자들의 선택을 받는다. 출판되는 책 중 절반 정도가 반품되고, 그중 절반은 매해 파쇄공장으로 보내진다. 미디어의 영향으로 사람들은 예전보다 책을 멀리하고 있으며, 그만큼 출판시장은 더 어렵다. 무엇이든 빨리 받아들이고 빠르게 바꾸어버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은 출판 트렌드에서도 나타난다. 종이책에 대한 여전한 존중으로 읽기와 쓰기를 가장 고차원적인 인간의 창조력이라고 믿는 북유럽에 비해 한국의 출판시장은 매우 작고 트렌드도 다소 획일적이다. 필자가 이 책을 쓰는데 이러한 한국의 출판시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저자
이훈희
출판
가연
출판일
2021.01.29
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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