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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밥 먹여준다면

[책쓰기][꼭 알아야 할 강좌] 예비독자 확보하는 '인터넷 글쓰기'

by 훈훈하니 2023. 2. 21.

서양미술사를 참 맛나게 강의하시는 분이 있다. 원래 대학 강사였는데 강사법 개정으로 일자리를 잃고 기업과 지자체 강의에 주력하신 분이다. 청중 반응이 워낙 좋아 이곳저곳에 불리며 호시절을 맞나 했더니 터진 게 코로나 사태다. 모든 강좌가 폐강되었다. 남는 게 시간이라 이 기회에 책을 쓰려 한다며 조언을 요청했다. 

 

그 강사님의 고민은 결국 인지도였다. 그간 블로그나 유튜브를 하지도 않았고 책을 낸 적도 없기에 책을 써도 잘 나갈 것 같지 않다는 이야기다. 출판사 반응도 회의적이라며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연이 어찌 이분만의 것일까. 인문학 수업도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업종이다. 많은 이들이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유튜브에 뛰어들고 블로그를 개설한다.

출판사 입장은 충분히 이해된다. 무엇보다 원고의 차별성을 보려 할 것인데 서양미술사 영역은 이것이 쉽지 않다. 이 학문을 파고든 사람이 너무나 많고 이미 고전이 되어버린 전작도 차고 넘친다.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 

 

베스트셀러가 된 설민석 강사의 《조선왕조실록》엔 새로운 사료가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편집과 다른 방식의 해설이 있을 뿐이다. 즉, 말하는 방식만 다를 뿐이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지만 어쨋든 ‘설민석’이라는 이름과 입담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기 어려운 책이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MBC 《무한도전》, O‘tvN 《어쩌다 어른》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스타강사 설민석의 재미있고 깊이 있는 한국사 책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27명의 조선의 왕들을 한 권으로 불러 모아 핵심적인 주요 사건들을 풀어쓴 책으로, 설민석 특유의 흡입력 있는 간결함과 재치 있는 말투를 구어체 그대로 책에다 담았다. 책은 실록에 등장하는 왕의 목소리를 현대어로 풀어써 당시의 정책과 주요 사건들이 일어난 배경을 명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질의응답을 중간에 구성하여 마치 바로 앞에서 강연을 듣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자연스레 역사 속 사건들이 하나씩 이해되고, 엉망으로 기억되었던 얕은 국사 지식의 파편들이 차분히 정리된다. 나아가, 이 책의 백미는 고리타분하고 어렵다는 역사의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트린데 있다. 왕이기 이전에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인간적인 삶이 낱낱이 드러난 모습들은 남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조선사의 큰 줄기와 핵심을 알고 싶지만,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독자들에게 편안하고 즐길 수 있는 역사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저자
설민석
출판
세계사
출판일
2016.07.20

사학자들이 말하길, 책 쓰기 가장 어려운 시대가 상고사와 근대 이전의 역사다. 상고사는 사료가 너무 없고 근대 이전은 너무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새로운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


정조가 영의정 심환지에게 보낸 비밀편지가 발견되자 흥분한 사학자들이 연이어 관련 책을 출판한 이유가 있다. 이에 비해 근현대사는 해제되고 있는 기밀문서도 많고 새로 발굴된 사료도 있어 늘 새로운 이야기가 가능하다.


출판사의 진짜 고민은 판매량이다. 앞의 강사님이 SNS를 통해 구독자를 구축해 놓았다면 사정이 달랐을 것이다. 콘텐츠가 참신하거나 저자의 명망이 있다면 모를까, 보통의 원고라면 출판사는 3,000부 정도는 소셜 펀딩으로 팔아치울 수 있는 슈퍼 블로거를 원한다.

 

블로그나 페이스북, 유튜브 구독자가 1만 명이라면, 출판사 입장에선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을 얻은 것이다. 타깃도 분명하고, 충성도 높은 독자들이라면 확장성도 뛰어날 것이다. 표적 없는 허공에 돈을 뿌리는 일반광고보다 훨씬 좋은 홍보방법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책을 내기 전에 많은 SNS에서 많은 구독자를 확보해야 하는 것일까. 유명해지고 싶다고 단번에 유명해질 수 없듯, 필자는 SNS도 비슷하다고 본다. 꾸준히 하면 구독자가 많아진다는 이들도 있지만, 실제로 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5년 넘게 매일 하나의 단문을 올렸던 작가의 블로그의 이웃(구독자)은 여전히 그대로고, 책 리뷰와 일상을 페이스북에 올려왔던 이의 친구는 수백 명 수준에서 정체되는 현상을 본다. 문학 분야에서 이름난 젊은 작가들이 모두 SNS 글쓰기를 하는 건 아니다. 소설이나 드라마, 시, 희곡등의 분야에선 하지 않는 이들이 더 많다.

 


심장을 가리키는데 자꾸 하늘의 별만 봐


유명해지기 위해선 책을 써야 하고, 책을 쓰기 위해선 SNS 구독자를 늘려야 한다? 이건 환원 논리다.

 

“매일 꾸준히 글을 올리다 보니 문장이 아름다워졌고, 연재를 시작하자 구독자가 더 늘었다. 그래서 책을 냈고, 구독자 600명가량은 내 책을 사전 구매했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경로다. 필자는 SNS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책의 텍스트가 상품이듯 SNS에 올리는 글도 상품이다. 안 팔리는 상품을 진열대에 꾸준히 진열한다고 판매량이 느는 게 아니듯, SNS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20, 30대 직장인을 타깃으로 했는데 SNS에서 호응이 없다면 콘텐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글은 책으로 출판되어도 독자의 호응이 없을 것이다. ‘글’로 독자의 심장을 움직여야 하는데, 자꾸 구독자만 늘리려 하면 결국 내용도 계통성이 없어지고, 심지어 조악한 감성일기를 모아놓은 꼴이 될 수도 있다. 심장을 가리키는데 허공의 별만 보는 꼴이다.


구독자가 많다고 책이 잘 팔리는 것도 아니다. 구독자의 진성(眞性)여부가 더욱 중요하다. 책을 출판해 보면 안다. 평소 친하게 지냈던 동료라고 내 책을 사진 않는다. 구독자도 마찬가지다.

 

“나는 당신의 글이 너무 좋아 친구가 되었다.”

독자가 진성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친구(팔로워) 일뿐이다.

 

“형님이 음식점을 내도 맛없으면 안 간다.”

출판 마케팅에도 들어맞는다. 

 

출판계에서 파워블로거의 책은 1천 부까지는 나가도 그 이상의 확장성은 기대하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고 한다.

 


책 쓰기를 SNS로 할 순 없을까


2001년 개봉된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동명의 웹 소설이 원작인데, 1999년 PC통신 나우누리 유머 게시판에 연재된 소설이었다. 당시에는 이를 소설로 본 사람도 없었고 그저 연재 게시물로 인식했을 뿐이다.

 
엽기적인 그녀
전반전 그녀와 저는 같은 문으로 함깨 인천행 지하철을 타게 되씀미다. 취해서 비틀거리지만 안는다면 정말 매력저기고 갠차는 아가씨여쪄.... 푸하하핫~~! 진짜 특이하다! 저는 그녀가 술에 취해서 배를 기대고 서있는 모습이 귀여워서 힐끔거리며 그녀를 계속 지켜보아씀미다. 그런데 몸을 미세하게 부르르 떨던 그녀가 왠지 불안해 보이더니만 마침내 우웨에엑~~~ 우웨엑~~ 좌르르르르~~ 네, 그러씀미다! 그녀가 앞에 앉아 이떤 대머리 아저씨 머리 위에 순식간에 일을 친 거시여씀미다!! 순간 지하철안은 아수라장이 되고 절라 재미는 상황이었져. 그런데 진짜 일은 거기서부터 터지고야 말아씀미다. 오바이트를 시원하게 하던 그녀가 게슴치레한 눈빛으로 저를 보며 이러는 검미다! 자기야!~ 어어억~ 우욱~ 자기~ 웩~! 쿵~!............ 원래 그러치안은데 실연의 아픔이 너무나 큰 것 가씀미다. 괜히 불쌍한 마음이 듬미다. 제 마음 어디에선가 싸늘한 바람이 부는 것도 가씀미다. 그래, 이 여자의 아픔을 한번 치료해보자!! 그녀의 생일, 얼렁뚱땅 너머가면 살해할찌도 모를 여자! 그러나 일촉즉발 인질로 잡혀있던 나를 목숨걸고 구해주며 기막힌 감동을 먹일쭐도 아는 여자! 절라게 터프한 그녀와의 데이트는 그래서 무섭고 즐겁슴미다. 후반전요즘은 그녀가 참 많이 우씀미다. 해맑게 웃는 그녀를 보고 잇으면 제 마음도 한없이 행복해짐미다. 지금까지 제가 힘이 되어주었는지 자신이 업씀미다. 제가 그녀를 감싸준것도 그녀에게 보여준 것도 또 그녀를 치료한 적도 없는 것 가씀미다. 이제 그녀 곁을 떠날 때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느낌미다. 그리고 오늘 타임캡슐에 서로의 마음을 담고 타이머를 2년 후에 맞춰씀미다. 이 캡슐이 열리는 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껌미다. 그렇게 그녀는 헤어지자는 말을 대신했슴미다...
평점
8.7 (2001.07.21 개봉)
감독
곽재용
출연
전지현, 차태현, 김인문, 송옥숙, 한진희, 현숙희, 김일우, 임호, 양금석, 이무영, 김철수, 김세영, 유순철, 오기환, 서동원, 한재민, 박찬유, 현우섭, 한대관, 조경훈, 박선아

“보아씀미다”

“그러씀미다”

 

PC통신 특유의 이런 말투를 사용한 게시물이 지금은 다소 유치해 보이지만 당시 네티즌에겐 큰 사랑을 받은 연재물이었다. 

 

1998년에 창간되었던 <딴지일보>가 정치권에 대한 블랙 유머로도 히트했는데, 당시엔 몇 편의 게시물이 젊은 층에겐 언론사 기사만큼 영향력을 발휘했던 시기였다.


최근에는 글을 연재하고 평가도 받는 플랫폼도 많아졌다. 인기를 얻으면 좋겠지만, 우선 자신의 글감을 확장하고, 대중의 반응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글을 꾸준히 올리는 것이 좋다.

 

긴 글은 개인 블로그나 카페, 페이스북 등에 올리고, 글쓰기 공간 ‘브런치’나 카카오브런치도 좋을 것이다. 민음사 독서모임 ‘브릿G’에선 공모전을 통해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출판 지원은 물론 심사위원들의 평가도 얻을 수 있다.

 

네이버의 웹 소설 플랫폼 ‘노벨’에선 늘 작품을 받고 있으며, 판타지, 로맨스, 추리물 등을 다루는 장르 전문 웹 소설 플랫폼도 상당수 존재한다.


앞에서 설명했지만, SNS 글쓰기라고 일상의 글 아무것이나 올리는 것을 추천하진 않는다. SNS 역시 전략적인 책 쓰기다. 특정 테마와 형식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독자들이 당신의 글을 읽는 이유는 당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글이 가치가 있기 때문이란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유튜브에도 올릴 만큼의 완성도가 있는 작품이라면 분량과 형식을 맞춰 꾸준히 올려야 한다.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양경수 작가의 그림 에세이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공유되며 출판에 성공하고, 일본어판까지 나왔다.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
양경수 그림에세이『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 양경수 작가가 그동안 그려온 ‘약치기 그림’에 미공개컷들을 더해 첫번째 책을 출간한다. 각각의 장면을 따로 떼어놓고 보면 위트 있는 한 컷 그림이지만, 출근부터 퇴근까지 직장인의 24시간을 완벽하게 재구성한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매일 반복되는 직장인의 고투를 담은 장편 그림책처럼 느껴진다. 회사에서 말이 잘 안 나오고 혼자 있고 싶은 직장인의 증세를 두고 ‘일하기싫어증’이란 새로운 병명을 만드는가 하면, 직장상사로 인해 얻은 화병인 ‘상사(上司)병’ 등 몸과 마음이 아픈 직장인들의 증세를 고스란히 담아낸 ‘신조어’들을 양산한 양경수 작가에게 한 네티즌은 “도른자… 12시간 줄 서서 기다려야 겨우 만난다는 용한 점쟁이 같은 사람…”이라는 찬사를 보낸 바 있다.
저자
양경수
출판
오우아
출판일
2016.11.15

 

비슷한 콘셉트인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역시 그의 작품인데, 그림 한 컷에 직장인의 처지를 통쾌하게 담은 완결성이 있었기 때문에 널리 공유된 것이다.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최근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암연구소는 ‘야근’을 살충제 성분인 DDT와 같은 2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장인은 매주 발암물질에 노출되면서도 야근수당마저 제대로 청구할 수 없는 현실 속에 놓여 있다. 노동자들은 만약 야근수당을 다 챙겨 받는다면 본봉보다 야근수당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농담을 해가며, 노상 이어지는 야근을 견딜 뿐이다.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는 소위 ‘사회인의 상식’, ‘일반적인 직장문화’라는 명분 아래 용인되어온 열악한 노동조건을 통렬하게 뒤집어보고, 그 속에서 매일 야근을 밥먹듯하며 살아가는 직장인들 개개인의 삶에 안부를 묻는 책이다. 동시에 ‘사축(회사에 매인 가축)’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통렬한 문제 제기이기도 하다. 이 책은 신랄한 어투와 유머러스한 일러스트를 통해 노동현실을 유쾌하게 비틀어 풍자하지만, 결론에 이르면 ‘일의 보람’을 존중하는 사람과 굳이 일에서 보람을 찾고 싶지 않은 사람 모두 동등한 노동자로서 존중받아야 함을 강조한다. 인생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철저하게 개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어떤 선택을 하든 결코 회사에 부당하게 착취당하지는 말 것을 시사한다.
저자
히노 에이타로
출판
오우아
출판일
2016.05.25

 

본인이 자신 있는 분야를 좁히고 좁혀, 특정한 콘셉트가 도출되었다고 생각하면 꾸준히 작업하라고 권하고 싶다. 책을 좋아한다면 책 리뷰 콘텐츠도 좋고 산간벽지를 좋아한다면 ‘오지 여행기’도 좋다.

 

SNS 연재물을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콘텐츠가 책에 적합할지, 아니면 영상매체에 더 적합한지를 알게 될 것이다. 많은 책을 읽어 좋은 문장을 많이 알고 있고, 게다가 목소리까지 좋다면 유튜브로 시작하는 것도 경쟁력이다.

 

책 리뷰를 하며 자연스럽게 알게 된 작가와 리뷰어들을 비롯한 독립출판 관계자들은 나중에 큰 자산이 된다. 수천 명의 독자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으로 내 책을 홍보해 줄 수도 있다. 야생화를 찾아다닌다면 영상으로 제작하고, 사진으로 촬영한 것을 블로그에 올리는 방식이 좋을 것이다.


필자가 관심 갖는 유튜브 채널 중 하나가 <새덕후 Korean Birder>다. 아직 군 미필 대학생이 전국을 다니며 우리나라의 새를 탐조한 영상을 올린다. 영상도 수준급이지만, 새와 자연에 대한 그의 생각이 매력적이다.

 

 

새덕후 Korean Birder

VLOG + 자연다큐 / 한국의 야생과 자연을 만나볼 수 있는 채널! 🐣 새덕후가 알려주는 How to 탐조 - Contact 인스타그램 Instagram 👉 https://www.instagram.com/ozzy_kim/ 이메일 문의 l E-mail 👉 koreanbirder0204@gmail

www.youtube.com

 

어려서부터 새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아직 대학생이라 장비도 차량도 온전하지 않았고 광고도 받지 않았는데, 이를 기특하게 본 중소기업 대표가 이 청년을 후원한다. 조건은 지금과 같은 좋은 영상을 꾸준히 올려달라는 것.

 

구독자가 16만 명이었지만, 이 청년의 경험이 조금 더 쌓인다면 책으로 나와도 소장가치가 분명한 책일 것이라 믿는다. 지금 <새덕후> 구독자는 42만 명이 넘었다. 이렇듯 자신의 콘텐츠는 다양한 매체로 전파될 수 있다.

 

책을 먼저 낼 수도 있고, SNS 활동을 우선 할 수도 있다. 

콘텐츠가 좋다면 SNS나 출판시장 양쪽에서 환영받을 것이다.

 

 
책이 밥 먹여준다면
이 세상에 우아한 책은 없다. 출판계는 점점 책의 콘텐츠나 작품성보다 상품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현실이다. ‘작가의 가치는 작품성이 아닌 상품성’이라고 명명했을 정도다. 물론 책은 상품이라 할 수 있다. 책은 그 자체로 고상하지 않지만, 책의 언어는 다르다. 일상의 지옥에서 아파하는 사람을 끌어올릴 수도 있고 사유방식도 변화시킬 수 있다. 그것이 책이 가진 힘이다. 꾸준히 좋은 책으로 사람들에게 읽히기 위해서는 책의 상품성과 함께 고려해야 할 다양한 문제들이 가득하다. 이 책은 생애 첫 책을 준비하거나 1인출판사를 준비하는 사람들, 미래의 출판인과 작가를 꿈꾸는 이에게 맞춰져 있다. 따라서 대형 출판사의 마케팅 방법보다는 작은 출판사가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지를 고찰했다. 필자 나름대로는 출판을 준비하거나 출판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현장에서 간과하기 쉬운 33가지 팁을 정리하며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을 담으려 노력했다. 세세한 실무 영역을 다루려면 끝이 없기에 몇 개의 사례만으로도 현장의 감을 느낄 수 있도록 편집했다. 1장은 책의 본질과 출판시장에서 책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트렌드를 살펴본다. 2장 ‘책 쓰기’에서는 글쓰기 훈련과 작가가 되고 싶은 이들이 책을 엮을 수 있는 콘텐츠, 투고의 방법 등을 소개한다. 3장 ‘출판하기’에선 저자의 권리와 계약 방법, 출판의 유형 등을 알아보고 자신과 맞는 출판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4장 ‘출판하는 사람들’에서는 출판사의 창업과 북 마케팅 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출판 환경은 녹록지 않다. 시중에 나온 책 중 20%만이 독자들의 선택을 받는다. 출판되는 책 중 절반 정도가 반품되고, 그중 절반은 매해 파쇄공장으로 보내진다. 미디어의 영향으로 사람들은 예전보다 책을 멀리하고 있으며, 그만큼 출판시장은 더 어렵다. 무엇이든 빨리 받아들이고 빠르게 바꾸어버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은 출판 트렌드에서도 나타난다. 종이책에 대한 여전한 존중으로 읽기와 쓰기를 가장 고차원적인 인간의 창조력이라고 믿는 북유럽에 비해 한국의 출판시장은 매우 작고 트렌드도 다소 획일적이다. 필자가 이 책을 쓰는데 이러한 한국의 출판시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저자
이훈희
출판
가연
출판일
2021.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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