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이런 책을 저자로 출간했다. 초보 작가들이 꼭 알면 좋은 내용의 책. 다시 읽어봤더니 제법 셀프칭찬할만하다는 것이다.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직접 겪어보고, 다른 책도 섭렵해 가면서 읽을 만한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비하인드스토리는 누구나 있다. 나도 나중에 이 책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는 남겨둘까 생각 중이다.
그래서 이 책 ⟪책이 밥 먹여준다면⟫에 대한 내용을 미리 공개 좀 해놓으려고 인터넷에 '오픈'하게 되었다.
_ ⟪책이 밥 먹여준다면⟫ PRLOGUE 중에서.
② 나쁜 책
2009년 <김창렬의 포장마차>라는 편의점 음식이 출시되었는데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너무나 저렴한 맛과 양에 격분, “창렬 하다.”라고 조롱했다.
이 표현은 처음엔 은어(slang)였지만 워낙 많은 네티즌이 사용해 준표준어 대접을 받고 있다. 김창렬은 이후 해당 업체로 인 해 본인의 명예가 실추되었다며 손배소송을 했지만 패소했다.
재판부에선 부실하긴 하지만 못 먹을 정도의 제품은 아니고, 오히려 김창렬의 평소의 악동 행실에 따른 이미지가 이 사건의 촉발점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판시해 원고를 두 번 죽였다. 과한 예가 될 수도 있지만 이처럼 예상과 다른 과대포장된 책, 함량 미달의 정보가 담긴 책이 나쁜 책이다.
어떤 책 리뷰를 꾸준히 하는 한 네티즌은 ‘독서법’에 관한 제목의 책을 주문해 받아 들곤 분개한 나머지 출판사와 저자를 맹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자신은 더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독서 방법을 원했고 책의 제목과 목차를 보며 확신했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니 독서로 인해 저자가 얼마나 발전했는지에 대한 자기 자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주장이다.
제대로 모르고 쓰는 책도 최악이다. 중국에서 10년 살았다는 저자가 쓴 대륙의 문화와 관련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중국인의 이기적 태도와 관련해 '메이꽌시(没关系, 괜찮다 혹은 상관없다는 중국어) 문화'의 저변을 설명하면서 문화대혁명을 언급했다.
문제는 그가 문화대혁명과 대약진운동을 구분하지 못할뿐더러, 국가와 당의 관계, 중국 사법제도에 대해서도 완벽히 모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전문가 수준까진 바라지 않았으니, 차라리 아는 것만 정직하게 썼으면 좋았을 것이다. 나중 우연히 방문한 지인 사무실에서 냄비 받침대로 전락한 그 책을 보았다.
가장 충격적인 기억은 15,000원 정가의 책을 주문해 받았을 때였다. 책장을 열자 활자는 14포인트, 이마저 여백의 아름다움만이 남은 180쪽짜리 책이었다. 글의 90%는 저자의 블로그에 이미 연재되었던 내용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블로그 내용을 모아서 책으로 내는 경우가 있는데, 블로그 구독자들의 요구와 소장 가치가 있을 때의 일이다.(참고로 이 글은 이미 출간된 책을 인터넷에 올리는 거라 그 반대의 경우에 해당한다)
“우선 SNS에 연재하고 책으로 내라. 그럼 포털사이트에서 당신 이름을 검색하면 책이 뜨고 이력이 생긴다.”며 종용하는 ‘책 만들기 전도사’들의 영향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외국 철학책을 번역하면서 철학적 개념을 엉뚱한 단어로 대치하거나 본뜻을 임의로 풀어쓴 괴작(怪作)도 있다. 오죽하면 관련 학문의 교수들이 나서서 절판 및 회수를 주장할까. 해당 국가의 말을 잘한다고 그 분야에 정통한 건 아니다.
나쁜 책은 표절 논문처럼 생산되기도 한다. 지금은 모든 대학에서 논문과 보고서 표절을 막기 위해 ‘카피킬러’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인용이 많은 논문의 특성상 어느 정도 이상의 지나친 표절 결과가 나오면 심사에서 탈락한다.
다양한 책의 정보를 짜깁기해서 마치 자신의 독창적인 생산물인 것처럼 만든 책이 있다. 이들은 언어의 장벽을 십분 활용한다. 주로 외국논문 내용을 짜깁기해 재편집한다.
1권의 명성을 이용해 1권을 카피한 2권을 파는 저자도 있다. 물론 2권의 내용 전부가 1권은 아니지만 1권의 절반가량을 부록형식으로 만들거나 인용하는 형태다. 작가들도 여기에 동참한다.
단편소설은 문집의 형태로 나올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점을 악용해 각기 다른 출판사에 출판권을 설정해 2권엔 1권의 내용 1/3을 집어넣고 3권엔 2권의 내용 1/3을 집어넣는 식이다. 중복된 작품을 제외하면 사실 2권의 전집으로 끝날 것을 3권으로 엮어 파는 사례도 많다.
아수라 백작 같은 책도 나쁜 책이다. 하나의 책이 마치 다른 이가 쓴 것처럼 보이는 책이 있다. 전반부는 그럴듯한 전개로 이어지다 중간부터 형편없는 함량으로 이어지는 책들.
이유는 두 가지다. 원래 쓸 수 있는 이야기는 100쪽인데, 출판사에서 250쪽은 나와야 한다고 채근해 억지로 이야기를 채집한 경우. 전반부는 해외사례를 소개하고 후반부는 자신의 사례를 소개하는데, 진짜는 전반부고 후반부는 볼품없는 짝퉁인 경우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조직문화 실험을 했다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의 전반부는 행동주의 심리학, 신경인류학, 구글의 문화 등을 소개해 흥미롭다.
하지만 막상 자신이 실행했다던 조직문화 실험은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의미 없는 짝퉁 캠페인이었다. 계열사 사장이 보면 흡족할 만한 책이다. 이 책이 제법 팔렸다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 LG, 현대 등 재벌기업의 이름을 걸고 조직문화를 혁신했다는데, 중소기업 임원들이라면 혹하지 않겠는가. 이런 책은 의외로 많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함량 미달의 책들이 지금도 인쇄소에서 찍히고 있고, 그만큼의 책들이 박스공장에 폐지로 넘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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