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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밥 먹여준다면

[책쓰기][꼭 알아야 할 강좌] 퇴고할 때 필요한 원칙 5가지... "모든 초고는 쓰레기"

by 훈훈하니 2023. 2. 17.

고쳐 쓰는 것을 퇴고라 한다.

퇴고(推敲)는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두드리고 밀친다”는 뜻에 불과하다. 존 트림블(John R. Trimble)《살아있는 글쓰기》에서는 “문장의 전문가들은 집필의 90%가 고쳐쓰기라는 우울한 진실을 받아들인 사람들”이라고까지 말한다.

 
살아있는 글쓰기(양장본 HardCover)
-
저자
존 R 트림블
출판
이다미디어
출판일
2011.05.12

당나라 시인 가도(賈島)가 길을 가다 좋은 시를 즉석에서 지었다. 시의 마지막 구절(결구)이 '승고월하문(僧敲月下門)', 즉 ‘스님이 달 아래 문을 밀친다.’였다.

 

가도는 문을 밀친다(敲)가 좋을지 두드린다(推)가 좋을지 고민했는데 당대 스타 작가 한유(韓愈)와 마주친다. 한유는 “두드린다가 더 좋을 듯하다.”라고 말했고,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퇴고는 글을 고쳐 다듬는 것인데, 퇴고를 글을 다듬는 ‘윤문’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작품 전체를 죄다 해부해 나사를 조이고 기름칠을 하는 ‘다시 쓰기’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다.

 

문학작품‘다시쓰기’식 퇴고를 많이 한다. 인물의 등장지점이 재편되고 어떤 대목은 여럿의 문단을 날리기도 한다. 시는 '행갈이'를 달리하고 후반부 두어 개 연을 없애기도 한다. '행갈이'는 글의 줄을 띄우고 바꾸는 것을 말한다. 시적 긴장감이나 집중력을 주기 위해 ‘행갈이’를 한다. 에선 우리가 흔히 아는 ‘줄 바꿈’과 ‘줄 나누기’가 중요하다. 

 

며칠 묵은 변비처럼 머릿속이 꽉 막혀 글의 진전이 없을 때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대다수 작가는 이 ‘퇴고의 동굴’ 안에 들어가는 순간 극심한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맛본다.

 

1년 넘게 집적(集積)한 글의 모순과 과장, 지루한 반복, 감정 과잉에 치를 떨며 자기 작품을 다시 보게 된다. 그래서 ‘퇴고에 들어갔다.’는 말은 작품이 끝났다는 말이 아닌, 작품이 살아남을지 죽을지가 결정되는 외과의사가 수술방에 들어갔다는 말이다.

 

끝없이 고쳐 쓰면 당연히 문장이 좋아질텐데, 그렇다면 퇴고를 거친 작품에서 발견되는 문장의 약점과 치명적 모순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1. 퇴고는 지겨움과의 싸움

오랜 시일에 걸쳐 자신의 작품에 빠져있다 보면 나중엔 노트북을 열기조차 지겨워진다. 첫 작품에는 보통 생애 가장 뜨겁게 폭발했던 이야기를 담기에 자못 열정에 휩싸여 퇴고한다. 하지만 두 번째 작품부터 스스로 보기에도 작품의 완숙도가 떨어지면 퇴고는 더 큰 고역이다.

 

10번 이상을 고쳐 써야 할 것 같은데도 도통 손이 가질 않는다. 재밌는 건 한 달이 흘러 출판된 책장을 펼치고서야 문제점이 눈에 박히듯 들어온다는 점이다.

 

퇴고를 탈고(脫稿)를 위한 마감 단계로 볼 것인지, 아니면 집필의 제2단계로 여기고 심기일전할지 관점이 문제이기도 하다. 당연히 제2의 집필로 여기고 공들인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

 

2. '골방창작'은 퇴고를 의미 없게 만든다

수개월간 자신의 원고에 익숙해진 작가에겐 자기 원고를 엄정하게 살필수 있는 그 ‘새로운 눈’이 없다. 이미 자신의 작품에 동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럴때 문장을 다듬고 단어를 선별해 고치는 작업만으로 퇴고를 마무리할 때가 많다. 특히 생애 첫 책을 내는 초보 작가가 이런 실수를 많이 한다.

 

제법 원고 분량을 채웠다 싶으면 주변의 글 좀 써본 지인이나 동일 분야의 전문가, 혹은 첫 글쓰기를 이끌어주었던 선배에게 깐깐한 검토를 부탁하면 더 좋다. 감상평은 주변 지인에게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지만, 작정하고 달려들어 작품을 뜯어보고 기록하며 첨삭해 주는 그 ‘빨간펜 정성’을 얻기란 쉽지 않다.

 

나는 수년 전 자신을 문단으로 이끌었던 문인에게 꽤 적지 않은 수고비를 주고서라도 신랄한 평가를 받는 이의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타인의 작품을 위해 일정기간 집중하고 그 작품 속으로 빠져드는 일은 눈알이 빠질 정도의 고된 정신노동이다.

방에 틀어박힌 채 원고에 파묻혀 퇴고에 집중하는 작가가 많지만, 나에겐 좀 특별한 방식으로 퇴고하는 친구가 있다.

 

그는 노트북과 책 10여 권을 배낭에 넣고 지방 도시의 옛날 여인숙을 찾아 며칠을 보내곤 한다. 가끔 바닷가 너럭바위에 앉아 있다가 오기도 하고, 외국인 노동자들과 섞여 술을 마시기도 한다. 자신을 낯선 경험에 빠뜨리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렇게 며칠 밤낮을 보내고 돌아오면 다른 시각과 정서로 퇴고할 수 있다고 한다.

 

문장의 호흡과 그 특별한 정조(情操)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별해 온종일 틀어놓고 큰 소리로 읽는 사람도 있다. 풀리지 않는 지점은 이튿날 날이 밝을 때까지 생각을 거듭하다 마침내 하나의 단서를 발견하고야 마는 작가도 있다.

 

작가마다 습관은 다르겠지만, 결국 낯선 시각, 다른 환경으로 자신을 내몰아 원고를 검토하는 건 공통점이다.

 

3. 부와 장 → 꼭지 → 문단 → 행갈이 → 문장 → 어절(단어) → 문장부사 → 조사/어미 순으로

출판용어로는 책의 구조권(book), 편(part), 부(volume), 장(Chapter), 꼭지(소제목, 절, section)로 세분한다. 옛법에 따르면 책의 구성편(篇,Title), 장(章, Chapter), 절 (節, Section), 관(款, Sub-section), 조(條, Article), 항(項, Paragraph), 호(號, Sub-paragraph), 목(目, Item)으로 나눈다. 이는 아직 우리 법령체계에 남아있다.

 

2권짜리 책으로 출판할 땐 편 → 부 → 장으로 세분한다. 책 한 종 씩 1편과 2편 이렇게 나눈다. 큰 구성을 1부와 2부로 크게 나누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장(Chapter)으로 나눠 세분한 책이 있다.

 

 

영상미학과 메타버스를 소재로 다룬 <영상은 움직이지 않는다>(이훈희 지음) 목차 일부

꼭 이래야 한다고 정해진 건 없지만 쪽수가 400쪽이 넘어가 책의 구성 자체가 방대한 원고는 부 → 장 → 절 구분한다. 또 내용의 범주가 달라지는 지점에서 로 나눈다. 논문형 인문서가 주로 이런 분류를 따른다.

 

에세이와 같이 내용적 연계가 강하고 쪽수가 많지 않은 책은 장으로 분류하는 것이 보통이다. 퇴고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는 <논리적 구성>을 검토하는 것이다. 장 - 꼭지 - 문단으로 이어지는 내용의 묶음과 순서가 적절한지를 본다. 특정 문단이나 꼭지를 떼서 다른 장으로 옮겼을 때 더 자연스러운 곳이 보일 것이다.

 

이야기의 논리적 구성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는 책을 읽는 사람의 인식체계에 따르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큰 범주에서 작은 범주로 가야 하고, 가벼운 심도에서 깊은 심도로, 추상에서 구체로, 앞의 서술이 뒤의 결론을 자연스레 도출하는 인과관계를 구성하고 있는지 등을 본다.

 

뒤에서 언급한 사례를 앞에 배치할 때 내용이 더 쉽게 읽힌다면 바꾸는 것이다. 중복된 꼭지나 문단을 덜어내고 여러 번 옮기다 보면 문장을 다시 다듬어야 할 때가 많다. 가령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이 “뒤에 다시 다루겠지만”으로 바뀌며 내용 또한 달라지기 때문이다.

 

꼭지에선 논리적 구성을 보는 게 중요하다면, 문단을 검토할 땐 문단끼리의 연계성과 문단의 완결성을 보는 것이 좋다. 하나의 문단에서 밝히고자 하는 게 불투명하거나 많은 문단이 연결되어야 이해할 수 있는 구조는 다시 손을 본다.

 

정지아 작가의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 일부

새로운 말을 시작할 때 즉, 문장의 통일성이 없어질 때 문단을 나눈다. 원칙적으로 문단 나누기는 내용의 연계가 끊어질 때만 사용했다. 소설에선 아직도 이 원칙을 지킨다. 왼쪽 사진은 정지아 작가의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 일부.

 

한 문단이 두 쪽을 채우기도 한다. 줄 바꿈(행갈이)을 할지언정 문단 나누기는 엄정하게 하는 편이다. 하지만 인터넷 글쓰기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지금은 읽기 좋은 문장의 호흡을 위해 문단을 나누기도 한다. 나도 이 방법을 선호한다. 단순히 행갈이를 했을 때보다 읽기 편하고 의미전달도 명료하기 때문이다.

 

문단을 나누었을 때 읽는 흐름이 더 빨라지는 대목을 나누기도 한다. 문장과 어절을 고쳐 쓰는 것은 사실 단어 바꾸기와 체언 바꾸기다. 유의어 사전 등을 참고해 표현이 지루하진 않은지, 더 적합한 표현은 없는지 한 절씩 고쳐간다.

 

같은 단어를 연이어 구사하고 있다면 역시 바꾸는 것이 좋다.

문장부사양태부사접속부사로 나뉘는데,

“과연, 설마, 제발, 물론, 비록, 아무리, 만약, 결코, 응당, 어찌, 부디, 아무쪼록, 선뜻, 정녕, 거듭, 공연히, 딱히, 무작정” 등이 화자의 태도를 드러내는 양태부사다.

 

접속부사는 문단이나 단어의 연결을 담당한다.

“그런데, 그래서, 하지만, 그러나, 그러니, 또, 즉, 오히려, 요컨대, 다만, 오직” 등이다.

문장부사를 많이 쓰면 저자의 문체가 가벼워지거나 호흡이 오히려 흐려질 수 있다. 적절히 사용하면 어미와 같이 글의 리듬과 뜻을 살리는 일등공신이다.

 

조사(보조사)문장 흐름을 조율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체언의 위치만 바꿔도 용언(조사)은 수정된다.

 

ㄱ. 돌아온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서동파 행동대장을 찾는 것이었다. _(초고)

ㄴ. 그는 돌아오자마자 서동파 행동대장을 찾았다._(윤문)

 

조사만 바꿔도 문장은 능동태로 강해졌고 영어식 표현도 교정되었다.

조사를 바꾼다는 말은 주어를 바꿔 명사를 동사로, 형용사를 부사로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ㄱ. 처음에 나는 잘못 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_(원문)

ㄴ. 처음엔 내가 잘못 본 게 아닐까 생각했다._(비교문)

ㄷ.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다._(비교문)

 

원문은 김금희 소설 《사장은 모자를 쓰고 온다》의 첫 문장이다.

비교문을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작가는 원문을 사용했다.

이유는 그 뒤에 이어지는 문장 때문이다.

 

'처음에 나는 잘못 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로커룸에서 은수가 벗어놓고 간 신발에 가만히 자기 발을 넣어보던 사장은

단지 신발이 편한지 궁금했거나 자기 사이즈에 맞는지 알아보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예문 두 개 모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말이지만, 원문은 생경하다.

첫 문장이 소설이 첫 문단을 이끌고 간다는 점에서 이는 작가의 의도적 선택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화자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니라고 단정하진 않는다. 그래서 “잘못 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런 단편소설은 끝까지 읽기 전에는 스토리를 짐작하기 어렵다.

 

4. 빛나는 단어의 배합

문장이 빛나야 하는 원고는 단어 하나만 바꿔도 우아해 보인다. <우리말사전>을 몇 권 구비해 꾸준히 습작 노트에 기록해 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시어사전>과 예쁜 말을 모아놓은 사전도 있다. 정지용, 이문구 같은 작가의 언어만을 풀어놓은 사전도 있다. 하지만 너무 자주 사용해 식상한 표현, 예를 들어 “가슴이 먹먹하다”, “사위가 적요하다”, “윤슬”, “여울” 등의 단어를 반복하면 오히려 거부감이 들 수 있다.

 

단어의 선별은 문장에 적절한 긴장을 주고, 특별한 장면을 더 빛나게 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가령 “해거름”, “어슴새벽”이라는 표현은 자연스레 다가오지만, 여명을 뜻하는 “갓밝이”라는 단어가 앞뒤 흐름 없이 등장하면 문장의 정취를 외려 훼손하기도 한다.

 

방송국 작가들이 자막을 통해 유통시키는 표현들도 있다.

“최애”, “불참러”, “운빨러”, “AKA(also known as)”, “TMI(too much information)” 등.

세태를 다룬 작품이거나 가벼운 예능 수준의 콘텐츠라면 모르겠지만 권하지 않는다.

작가는 사물에 관념을 부여하기 위해 언어를 닦는 사람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표현을 따라하는 이들을 보면 젊거나 유행에 민감하다는 생각보다 “영혼의 독자성”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이런 표현들은 빨리 낡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낄끼빠빠”,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 노)”가 아직도 쿨하게 보이는가, 아니면 노년의 어색한 10대 카피로 보이는가.

 

당대에 유행했지만 젊은 층은 이런 언어를 빨리 버린다. 2년 후엔 부장님의 아재개그로 등장할 것이다.

 

5. 팩트 체크 그리고 X맨

사람 이름과 지명, 년도, 인용처, 작품, 회사와 제품명, 외국어 철자 등을 확인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교열이 어려운 이유는 깨알같이 작은 것은 용케 찾아낼 수 있지만, 큰 꼭지 제목이나 당연한 진실이라 믿었던 대목에서 출판 후 오류가 발견되기 때문이다.

 

허를 찔린다고나 할까.

나 역시 공연기획, 예술경영 입문서 《예술이 밥 먹여준다면》에서도 뮤지컬 제작사의 작품명을 틀리게 적는 바람에 2쇄에서 황급히 수정한 적이 있다. 이 책은 세종도서에 선정되었던 터라 더욱 당황스러웠다. 혹시 이 책 《예술이 밥 먹여준다면》을 소장하고 계시다면 66쪽의 '오페라의 유령'을 '맘마미아', '시카고'로 수정해 주시면 좋겠습니다.(죄송ㅠ)

 

이훈희 작가의 <예술이 밥 먹여준다면> 66페이지에 있는 내용이 왼쪽과 같이 되어 있다면 오른쪽 그림처럼 '맘마미아', '시카고'로 수정해 주시면 됩니다.

 

교정할 때까지도 주로 오탈자나 띄어쓰기에 집중하기 때문에 상식이라고 생각한 정보가 틀렸을 땐 무척 당황스럽다. 앞서 말한 《예술이 밥 먹여준다면》의 이 오류조차도 대학에서 내 강의에서 전공수업을 듣던 제자가 단박에 발견하고 질문했고 순간 멍했다. 즉시 교정해줬다. 팩트 체크가 생각보다 어려운 이유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가 확실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민들레 홀씨 강바람을 타고”라는 표현을 보고 단박에

“홀씨는 포자라는 뜻인데, 민들레는 포자로 번식하지 않아요.”라고 말해줄 사람이 필요한 이유다.

 

어떤 기업은 신상품을 내놓을 때 막바지 개발과정에 조금도 관여하지 않은 X맨을 투입한다. X맨의 역할은 기존의 팀원들이 놓치고 있던 문제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에겐 상품에 대한 정보나 기업 총수의 의중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는 마치 이 제품은 시장에 나와선 안 된다는 식으로 결함이란 결함은 모조리 잡아내 공격한다. 합리적 개선책이란 안중에도 없다. 사실 이 방법은 TV토론을 준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준비팀이 의제에 대한 찬성 논거를 수집하고 반대 논거를 탄핵할 근거를 준비하는 동안, 별도의 X팀은 예상치 못한 지점을 공략한다.

 

미생물 연구자들은 늘 뭉쳐다니며 세력을 형성하는 세포보다 따로 떨어져 생존하는 세포의 생존력과 임기응변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알아낸다. 이 X맨의 원리는 ‘군집하지 않은(왕 따당한)’ 인자의 생존력을 인간의 조직관계에 적용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오류는 말 그대로 어쩔 수 없다.

첨예한 논쟁이 빚어져 진영이 대립하고 있는 이슈를 다룰 땐 주의해야 한다.

팩트 체크를 게을리하면 ‘출판금지 가처분’이나 ‘명예훼손’ 소송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은 그 내용의 진실과 관련없이 피해자의 명예가 공공연한 방법으로 실추되었다고 보면 걸리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퇴고의 목적은 글쓴이의 입장에서 독자의 관점으로 전환해 원고를 재구축하는 것이다.

말하는 방식을 점검하고 ‘낡은언어’를 더 적합한 ‘언어’로 바꾼다.

고치고 고치다 다른 곳을 보고 돌아와 다시 고치는 것이다.

그리고 타인의 신랄한 지적과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퇴고다.

 

누가 그랬던가.

퇴고

저자 스스로 가장 적대적이고 악랄한 독자가 되어 원고를 찢어발기는 것”이라고.

 

 

[책이 밥 먹여준다면] 출판사에서 추천하는 책. "글쓰기 책쓰기, 이 정도는 알고 투고하시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했으니,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쓰는 것만큼 보람찬 일이 또 있을까? "죽기 전에 책 한 권은 쓰고 싶다!" 막상 책을 쓰려면 어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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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밥 먹여준다면
이 세상에 우아한 책은 없다. 출판계는 점점 책의 콘텐츠나 작품성보다 상품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현실이다. ‘작가의 가치는 작품성이 아닌 상품성’이라고 명명했을 정도다. 물론 책은 상품이라 할 수 있다. 책은 그 자체로 고상하지 않지만, 책의 언어는 다르다. 일상의 지옥에서 아파하는 사람을 끌어올릴 수도 있고 사유방식도 변화시킬 수 있다. 그것이 책이 가진 힘이다. 꾸준히 좋은 책으로 사람들에게 읽히기 위해서는 책의 상품성과 함께 고려해야 할 다양한 문제들이 가득하다. 이 책은 생애 첫 책을 준비하거나 1인출판사를 준비하는 사람들, 미래의 출판인과 작가를 꿈꾸는 이에게 맞춰져 있다. 따라서 대형 출판사의 마케팅 방법보다는 작은 출판사가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지를 고찰했다. 필자 나름대로는 출판을 준비하거나 출판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현장에서 간과하기 쉬운 33가지 팁을 정리하며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을 담으려 노력했다. 세세한 실무 영역을 다루려면 끝이 없기에 몇 개의 사례만으로도 현장의 감을 느낄 수 있도록 편집했다. 1장은 책의 본질과 출판시장에서 책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트렌드를 살펴본다. 2장 ‘책 쓰기’에서는 글쓰기 훈련과 작가가 되고 싶은 이들이 책을 엮을 수 있는 콘텐츠, 투고의 방법 등을 소개한다. 3장 ‘출판하기’에선 저자의 권리와 계약 방법, 출판의 유형 등을 알아보고 자신과 맞는 출판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4장 ‘출판하는 사람들’에서는 출판사의 창업과 북 마케팅 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출판 환경은 녹록지 않다. 시중에 나온 책 중 20%만이 독자들의 선택을 받는다. 출판되는 책 중 절반 정도가 반품되고, 그중 절반은 매해 파쇄공장으로 보내진다. 미디어의 영향으로 사람들은 예전보다 책을 멀리하고 있으며, 그만큼 출판시장은 더 어렵다. 무엇이든 빨리 받아들이고 빠르게 바꾸어버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은 출판 트렌드에서도 나타난다. 종이책에 대한 여전한 존중으로 읽기와 쓰기를 가장 고차원적인 인간의 창조력이라고 믿는 북유럽에 비해 한국의 출판시장은 매우 작고 트렌드도 다소 획일적이다. 필자가 이 책을 쓰는데 이러한 한국의 출판시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저자
이훈희
출판
가연
출판일
2021.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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