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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밥 먹여준다면

[책쓰기][꼭 알아야 할 강좌] 출판사에 보낸 원고(투고)가 거절당하는 7가지 이유

by 훈훈하니 2023. 2. 13.

“한 편의 단편소설을 써내고 그것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고 쉼표 몇 개를 삭제하고 그러고는 다시 한번 읽어보고 똑같은 자리에 다시 쉼표를 찍어 넣을 때, 나는 그 단편소설이 완성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무라카미 하루키(むらかみはるき, 村上春樹)《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중에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하루키스트’라는 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세계적으로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많은 평론가들의 혹독한 평가를 받는다. ‘사회적으로 무책임’, ‘제국주의적’등 강도 높은 비난 속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해왔던 그가 1979년 등단 이후 최초로 자신의 작가론적, 문단론적, 문예론적 견해를 풀어놓은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출간했다. 이따금 인터뷰나 에세이를 통해 언급했던 글쓰기와 그 현장을 비롯하여, 이를 뒷받침하는 문학을 향한 하루키의 생각을 한 권으로 정리했다. 1979년 등단 이후 최초로 자신의 글쓰기 현장과 이를 지탱하는 문학을 향한, 세계를 향한 생각을 본격적으로 펼쳐낸 이 책은 ‘무슨 이유로 언제부터 일본을 떠나 어떤 시행착오와 악전고투를 거치면서 세계로 향하는 길을 걸었나’, ‘학교교육과 3·11을 통해서 보는 일본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가’, ‘애초에 왜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을 선택하여 오랜 세월 동안 쇠하지 않는 창조력으로 끊임없이 쓰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그만의 성실하고도 강력한 대답이 담겨있다.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현대문학
출판일
2016.04.25

 

 

 “작가님의 원고를 검토했지만,

우리 출판사의 편집 방향과는 맞지 않아

진행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런 답신을 받으면 투고한 저자는 답답해서 미칠 지경일 것이다.

왜, 무엇이 부족해서 안 되는지 일러주기라도 하면 방향이라도 수정할 텐데 말이다.

 

웬만한 중견출판사의 에디터는 매일 20여 개 이상의 투고를 받고 빛의 속도로 걸러낸다. 메일의 첨부파일조차 열지 않을 때도 허다하다. 출판제안서(기획안)만 읽어봐도 저자의 기초소양이 대부분 드러나기 때문이다. 에디터가 원고를 꼼꼼히 읽을 정도라면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하지만 다수의 원고는 그 자체로 함량 미달이다. 이때, 출판사 에디터는 그 원고를 왜 책으로 만들 수 없는지 작가에게 설명하지 않는다. 굳이 정성을 들여 불편한 관계를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 정성껏 만드는 책은 대부분 기획출판물이다. 출판사에서 작가를 섭외해 테마를 제안하면 작가가 글을 쓰는 방식이다. 출판사는 기획출판을 통해 매출을 노린다.

 

따라서 불확실성이 크고 함량이 떨어지는 투고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출판 일정이 가득 차 있다면 굳이 투고받은 원고를 뒤질 필요가 없다. 지명도 없는 작가가 첫 책을 내는 일이 그리 간단치 않은 이유다.

 

그렇다면 원고들은 왜 에디터의 손에서 잘려 나가는 걸까. 세계적으로 5억 부 이상 팔려나간 《해리포터》시리즈의 작가 조앤 K. 롤 링(Joan K. Rowling)조차 원고를 12곳으로부터 거절당한 끝에 성공했으니, 결국 편집자의 안목이 문제였을까.

 
해리 포터 시리즈 1~4권 세트(해리포터 20주년 개정판)
선과 악의 대립 속에서 평범한 어린 소년이 한 사람의 영웅으로 성장해나가는 보편적인 테마를 바탕으로 빈틈없는 소설적 구성과 생생하게 살아 있는 캐릭터, 정교하게 만들어낸 환상의 세계를 접목시킨 21세기의 고전 「해리포터 시리즈」의 20주년 개정판. 해리 포터를 처음 만나는 어린 세대가 20년이 지나 성인의 눈높이에서 읽어도 어색함 없이 책을 통해 해리 포터 세계를 경험하며 기쁨을 만끽할 수 있도록 고전의 깊이로 담아냈다. 어둠의 마왕 볼드모트에게 부모를 잃고 홀로 살아남은 아이, 해리는 안전을 위해 마법사가 아닌 사람인 ‘머글’ 페투니아 이모와 버논 이모부 손에 길러지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열한 번째 생일날, 해그리드를 통해 자신이 마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해리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입학해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론 위즐리라는 친구들과 함께 영생을 주는 마법사의 돌을 찾는 엄청난 모험을 시작하게 되는데…….
저자
J K 롤링
출판
문학수첩
출판일
2019.11.19

《해리포터와 현자의 돌》을 한 작은 출판사가 내기로 했을 때, 조앤 K. 롤링에겐 복사할 돈조차 없어 원고를 모두 타이핑해서 출판사에 보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초판은 500부에 불과했다. 하지만 볼로냐 아동도서전(Bologna Children's Book Fair)에서 스콜라스틱 출판사의 편집자 아서 레빈이 이 책에 꽂혔다.

 

스콜라스틱은 아동도서와 교과서 등을 만드는 미국 출판계의 큰 손이다. 책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인의 혼을 빼놓았다. 이런 스토리를 듣다 보면 작품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한 보수적인 에디터가 작가의 앞길을 막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당신의 원고가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유망하지 않다고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고는 출판 편집자에게 유망하지 않게 보인다. 왜 그럴까.

 

 

1. 당신이 원하는 책인가? 독자들이 원하는 책인가?

문학이나 인문·교양서적은 다르겠지만, 상당수의 초보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글을 쓰려한다. 에세이나 자기계발 분야 투고가 상당히 많은데, 결국 작가의 경험과 사유의 깊이가 걸림돌이 되곤 한다.

 

누가 봐도 특별하지 않은 세계여행 경험이나 부모님과 다시 손을 잡는 과정, 은퇴 후 창업 실전 이야기를 아무런 차별성없이 써서 투고하는 경우다.

 

이미 더 특별한 작품이 바람을 탄지 오래고 비슷한 테마의 책이 많다면 출판사에선 그 원고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누구나 자신의 삶은 애틋하고 경험은 소중하기 때문이다.

 

출판은 사회적 영역이다. 자신에게 소중했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도 유용하리라는 법은 없다. 소설가들이 가장 진부하게 생각하는 말이 있다.

“내 얘기를 책으로 내면 소설책 몇 권은 나온다.”

연륜 높으신 어르신의 말씀이다.

위인전이나 자서전이라면 맞는 말씀이지만 소설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2. 책은 글을 모은 것이 아니다!

책 만들기는 글과 달라 좋은 글을 모아 엮는 것이 아니다. 책을 만드는 일은 하나의 콘셉트로 원고 전체를 관통하며 변주를 통해 울림을 주는 작업이다.

 

’과 관련된 책들을 보자.

크리스토퍼 듀 드니(Christopher Dewdney)《밤으로의 여행》,

황현산 작가의 《밤이 선생이다》,

카를로 긴즈부르그(Carlo Ginzburg)《밤의 역사》,

이 책은 모두 제목에 ‘밤’이 들어갔지만, 실제 내용은 매우 다르다.

 

《밤으로의 여행》밤과 연관된 사물과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풀어냈다면, 《밤이 선생이다》는 그야말로 제목에만 '밤'이 들어간 출판사의 기획 출판물이다.

 
밤이 선생이다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황현산의 생애 첫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지난 4년간 저자가 한겨레신문에, 그리고 2000년대 초엽에 국민일보에 실었던 칼럼들과 지난 세기의 80년대와 90년대에 썼던 글들을 함께 모아 엮은 책이다. 삼십여 년에 걸쳐 저자가 써온 글 속에서 저자가 품고 있던 때로는 막연하고 때로는 구체적인 생각들을 만나볼 수 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빈집》과 기형도의 시 ‘빈집’을 이야기하며 빈집들의 슬픔이 모든 삶의 불안이 된다는 생각을 전하고, 귀신들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친일 작가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기도 한다. 1부와 3부에는 저자의 글을 나누어 수록하고 2부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인 강운구와 구본창의 사진 가운데 이 책을 말하는 데 있어 비유가 될 수 있는 사진을 골라 글과 함께 수록하였다.
저자
황현산
출판
난다
출판일
2016.05.11

 

《밤의 역사》인류 어둠의 역사를 살펴 그 연원을 추적하는 미시사학의 인문서다. 황현산 작가의 산문집을 제외하곤 모두 하나의 테마에 따른 변주로 구성되어 있고,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책이 콘셉트에 따른 일관성을 유지하는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나의 테마로 300쪽 분량의 책을 쓸 수 있다는 건 방대한 지식을 하나로 엮을 만큼의 전문성과 내공을 지녔다는 의미다.

 

《총, 균, 쇠》, 《원소의 세계사》, 《사피엔스》, 《코스모스》와 같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는 거의 평생에 걸친 연구와 탐색이 담긴 결과물이다.

 
총 균 쇠
퓰리처상을 수상한 세계적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 박사의 『총, 균, 쇠』. ‘왜 어떤 민족들은 다른 민족들의 정복과 지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는가?’, ‘왜 각 대륙들마다 문명의 발달 속도에 차이가 생겨났는가?’, ‘인간 사회의 다양한 문명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라는 의문을 명쾌하게 분석하여 그 해답을 제시한다. 특별 증보면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를 추가 수록하여 현대 일본인의 조상이 누구인지를 추적한다. 이 책은 모든 인류가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1만 3천 년 전 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는 제국, 지역, 문자, 농작물, 총의 기원뿐만 아니라 각 대륙의 인류 사회가 각기 다른 발전의 길을 걷게 된 원인을 설득력 있게 설명함으로써, 역사에 대한 인종주의적 이론의 허구를 벗겨낸다. 뉴기니와 아메리카 원주민에서부터 현대 유럽인과 일본인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의 인간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출판
문학사상
출판일
2005.12.19
 
사피엔스
지금으로부터 10만 년 전, 지구에는 호모 사피엔스뿐만 아니라 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 등 최소 6종의 인간 종이 살아 있었다. 이후 호모 사피엔스 종만이 유일한 승자로 지구상에 살아남게 되었고, 이제 그들은 신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사피엔스』는 이처럼 중요한 순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해 어떤 전망이 있는지, 지금이 전망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한다. 저자는 “앞으로 몇십 년 지나지 않아, 유전공학과 생명공학 기술 덕분에 인간의 생리기능, 면역계, 수명뿐 아니라 지적, 정서적 능력까지 크게 변화시킬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이런 기술 발달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은 아니다. 부자들은 영원히 살고, 가난한 사람들은 죽어야 하는 세상이 곧 도래할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저자가 우울한 이야기만 풀어놓는 것은 아니다. 그는 행복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고, 행복에 대한 가능성 역시 더 많이 열려 있다고 말하며, 일말의 여지를 남긴다. 이제, 인류가 멸종할 것인지, 더 나은 진보를 이룩할 것인지, 어떤 것에 방점을 두고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할 때이다.
저자
유발 하라리
출판
김영사
출판일
2015.11.24

 

물론 황현산 작가의 《밤이 선생이다》는 훌륭한 철학 산문집이다. 그는 문학평론을 통해 미학 언어를 다듬어 왔다. 대중을 위해 처음 내놓은 책이 《밤이 선생이다》인 셈이다. 평범해 보이는 산문집이지만 여기엔 황현산 작가만의 콘텐츠, ‘문학의 언어로 사회 읽기라는 '오리지널리티'가 있다.

 

 

3. 운전면허시험집의 효능감은 있는가?

작가가 ‘아무말’이나 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책이 있다. 주로 산문집이나 에세이에서 이런 문제가 많이 발견된다.

 

최근 20, 30대 여성과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에세이가 인기를 끌자 출판사에 투고되는 ‘유사원고’도 봇물이 터진다. 블로그에 밤에 읽으면 좋을 말랑말랑한 문장을 연재했는데, 인기를 끌자 출판사는 이를 책으로 냈고, 바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흔글(조성용) 작가의 《무너지지만 말아》가 대박을 치자 출판사는 콘셉트가 유사한 작품 3종을 묶은 한정판 스페셜 에디션을 출판했다. 《새벽 세시 + 무너지지만 말아 + 새삼스러운 세상》세트다.

 
새벽 세시 + 무너지지만 말아 + 새삼스러운 세상 한정판 스페셜 에디션 세트(전3권)
『새벽 세시 + 무너지지만 말아 + 새삼스러운 세상 한정판 스페셜 에디션 세트』는 내 마음 같아서 공감되고, 나만 이러는 건 아닌 것 같아 위로되는 새벽 세시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담겨있는 책 《새벽 세시》, 늘 듣고 싶었지만 아무도 해주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작가의 섬세한 감성과 특유의 따뜻함이 묻어나는 글들로 한층 더 다정하게 들려주는 책 《무너지지만 말아》, 새삼스러울 것 없는 세상을 살아가며 새삼스레 울고 웃는, 평범해서 특별한 저자 동그라미의 이야기를 담은 책 《새삼스러운 세상》을 묶은 세트다.
저자
흔글, 새벽 세시, 동그라미
출판
경향BP
출판일
2017.04.24

앞으로도 SNS를 통해 책이 기획되는 일은 더욱더 많아질 테지만 특정한 시류가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다. 희소성이 사라지면 독자들은 피로하고, 필력 있는 작가들이 너나없이 출판사와 손잡고 유사한 콘셉트의 책을 내면 흐름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책을 구매할 독자는 누구이며, 책의 효능은 무엇인가에 대해 간단하게 답할줄 알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운전면허시험집’만큼 타깃이 뚜렷하고 효능감을 주는 책이 없다. 대상은 응시생이고, 한 권만 풀어도 필기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그 '효능감' 말이다.

 

 

4. 좋은 문장가도 어쩌지 못하는 사유의 게으름!

예전에 한 지인의 부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원고를 선별해 편집해주는 일을 한 적이 있다. 우습게도 원고를 부탁한 이는 출판사의 편집장이자 등단한 작가였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남의 원고만 손질하다 막상 자신의 산문집을 내려니 여간 갑갑한 게 아니었단다. 나는 그가 보내온 원고 중 2/3 가량은 사용하지 못할 것 같다고 답했다.

 

1/3은 앞서 언급한 문장의 유려함 뒤에 감춰진 메시지의 진부함 때문이었다.

적어도 “겨울을 견딘 씨앗만이 땅심을 얻어 줄 기를 올릴 수 있다.”는 식의 식상한 채근담이 독자에게 줄 것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나머지 1/3의 원고였다.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방식이 부적절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일부 꼭지는 사람이 불행함을 느끼는 이유를 사회적 관계의 단절이나 상품소비가 삶의 전부로 느끼는 물신주의 때문이라고 단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상관관계(相關關係)일 뿐 인과율(因果律)이 될 수는 없다. 인간이 행복과 불행을 느끼는 원인과 삶의 이치가 그렇게 단순할 순 없다.

 

‘무소유’의 생활을 일관되게 실천하신 법정스님의 에세이였다면 깊은 울림을 주었을 터지만 생계를 위해 고단한 하루를 버티다 사회적 관계가 붕괴되고, 초라한 소비로 잠깐의 행복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들에겐 무료한 이야기다.

 

아픈 현실에 대한 게으른 진단’만큼 듣는 사람을 화나게 하는 일이 있을까. 작가의 영혼이 나이와 상관없이 날카롭게 벼려져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문학의 사명과도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문학의 사명은 무뎌져버린 사회의 굳은살을 파 드러내 통증을 느끼게 하고 각성시키는 작업이다.

 

 

5. 탄탄한 문장력과 호흡은 필요조건!

글솜씨가 좋다고 좋은 책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좋은 콘텐츠라도 문장과 호흡이 형편없으면 10쪽을 넘기기 힘들다.

 

‘독서근육’이 잘 발달된 독자들은 출판사의 서평이나 리뷰를 먼저 보지 않고 목차와 저자의 출판 이력, 무엇보다 인용한 문장을 확인하며 책의 토대가 튼튼하지를 확인한다.

 

즉, 단단한 문장력은 좋은 책의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일 뿐이다.

 

6. 제목(가제)과 목차만으로도 호기심을 부르는가?

상당수의 투고가 빛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제목과 목차가 낡았기 때문이다. 제목과 목차 구성이 밋밋한 이유는 작가의 집필(사유)력이 일정 단계에 멈춰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차를 보면 하품이 나오고 원고 한 문단을 읽기 어려운 원고는 퇴짜를 맞는다.

 

출판사에서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부분제목부제, 표지 디자인이다. 실제로 3천 부 수준에 그쳤던 책이 다른 출판기획자를 만나 개정판으로 거듭나면서 역주행에 성공해 베스트셀러에 진입할 때가 있다.

 

대부분 제목과 표지를 바꾸는 리커버 작업을 하고 마케팅 방향도 달리한 사례다. 당연히 편집자들은 제목과 목차를 보며 이게 물건인지 아닌지를 본다.

 

박준 작가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한국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문학동네시인선」 제32권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2017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한 저자의 이번 시집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서정(Lyric)’을 담은 시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작고 소외된 것들에 끝없이 관심을 두고 지난 4년간 탐구해온 저자는 이 세계를 받아들이고 산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마주하는 죽음의 순간들에 대한 짙은 사유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인천 발달’, ‘지금은 우리가’, ‘미인처럼 잠드는 봄날’ 등의 시편들과 함께 저자의 시집을 열렬히 동반하며 그가 시를 쓰던 몇몇 순간을 호명한 허수경 시인의 발문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
박준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7.06.30

혜민스님《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_ 혜민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 보기,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종교와 인종, 가치관을 뛰어넘어 진정한 인생의 잠언을 들려주는 혜민 스님의 에세이『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이 책은 관계에 대해, 사랑에 대해, 마음과 인생에 대해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는 안 되는 것들에 대해 파워 트위터리안으로 불리는 저자의 지혜로운 대답을 담고 있다. 배우자, 자녀, 친구를 내가 원하는 대로 바꾸려 하면 할수록 관계는 틀어지고 나로부터 도망가려고 한다는 것, 잠깐의 뒤처짐에 열등감으로 가슴 아파하지 말고 나만의 아름다운 색깔과 열정을 찾을 것, 어떤 생각을 하는가가 말을 만들고, 어떤 말을 하는가가 행동이 되며, 반복된 행동이 습관으로 굳어지면 그것이 바로 인생이 되는 것이라는 것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나 자신의 온전함과 존귀함을 알아챌 수 있는 용기와 위로를 전해준다.
저자
혜민
출판
쌤앤파커스
출판일
2012.01.27

류시화 작가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에는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문제투성이인 인도 사회, 그 겉만 보는 사람은 눈치챌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을 유머와 재치 넘치는 문장들로 묘사한, 한 편 한 편 주옥같은 글들이 실려 있다. 표면적인 여행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근본적인 선함을 꿰뚫는 여행이다. 인도를 다룬 책에는 때로 여행의 가혹함만 과장한 것이 있지만, 이 책은 고생담을 나열하지 않고 자신의 관념과 어리석음을 깨는 만남들과 정신적 문턱을 넘는 체험들을 전한다.
저자
류시화
출판
열림원
출판일
2015.09.22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

 
82년생 김지영(코멘터리 에디션)(양장본 HardCover)
『82년생 김지영』의 100만 부 돌파를 기념해 선보이는 코멘터리 에디션. 서민들의 일상 속 비극을 사실적이면서 공감대 높은 스토리로 표현하는 데 재능을 보이는 작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생 '김지영 씨'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고백을 한 축으로, 고백을 뒷받침하는 각종 통계자료와 기사들을 또 다른 축으로 삼아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완벽하게 재현하며 1980년대생 여성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으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한국사회의 젠더 감수성에 커다란 변곡점이 되었던 지난 2년 동안 『82년생 김지영』은 크고 작은 이슈들과 함께하며 꾸준히 성장했고, 한 편의 소설이 아닌 시대정신이 선택한 이정표로 자리잡았다. 이번 코멘터리 에디션에는 소설 작품과 더불어 작품에 대한 평론 5편과 작가 인터뷰가 수록되었다. 『82년생 김지영』의 집필 배경, 이 소설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 이 소설로 인해 촉발된 문학계의 논쟁 등 ‘82년생 김지영 100만 부’의 의미를 다각도로 살폈다. 슬하에 딸을 두고 있는 서른네 살 김지영 씨가 어느 날 갑자기 이상 증세를 보인다. 시댁 식구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친정 엄마로 빙의해 속말을 뱉어 내고, 남편의 결혼 전 애인으로 빙의해 그를 식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남편이 김지영 씨의 정신 상담을 주선하고, 지영 씨는 정기적으로 의사를 찾아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소설은 김지영 씨의 이야기를 들은 담당 의사가 그녀의 인생을 재구성해 기록한 리포트 형식이다. 리포트에 기록된 김지영 씨의 기억은 ‘여성’이라는 젠더적 기준으로 선별된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1999년 남녀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정되고 이후 여성부가 출범함으로써 성평등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이후, 즉 제도적 차별이 사라진 시대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내면화된 성차별적 요소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지나온 삶을 거슬러 올라가며 미처 못다 한 말을 찾는 이 과정은 지영 씨를 알 수 없는 증상으로부터 회복시켜 줄 수 있을까? 김지영 씨로 대변되는 ‘그녀’들의 인생 마디마디에 존재하는 성차별적 요소를 핍진하게 묘사하고 있다.
저자
조남주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18.11.23

허완 작가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_ 야매 득도 에세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사람은 저마다의 인생 스케줄과 속도가 있다고 하지만 나이에 걸맞은 인생 매뉴얼이라는 게 정해진 듯하다. 매뉴얼에서 벗어나면 득달같이 질문 세례가 쏟아지고, 독신주의자인 저자는 더욱 이런 질문 세례의 타깃이 되었다. 모두가 그에게 인생 매뉴얼을 따르지 않는 설득력 있는 답변을 요구했다. 사실 저자는 인생 매뉴얼에 의문과 반항을 품고 살아왔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자유롭지도 않았다. 항상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였고 그들 보기에 괜찮은 삶을 살려고 애썼다. 대입 4수와 3년간 득도의 시간, 회사원과 일러스트레이터의 투잡 생활까지 그동안의 인생 대부분은 인생 매뉴얼의 눈치를 보며 살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인생 매뉴얼의 문턱에서 마주한 것은 나이에 걸맞은 것들을 갖추려 애쓰는 동안 자신만의 가치나 방향을 갖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어차피 인생 매뉴얼에서 멀어진 김에 자신만의 길을 찾기로 했고, 극약 처방으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에서 내 인생을 살기 위해 더 이상 열심히 살지 않기로 결심한 저자의 실험에 대한 담담하고 솔직하고 진지한 고민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
하완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일
2018.04.23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_ “자기가 지금 힘든 줄도 모르고 사는 사람이 많아요. 이유 없는 허전함에 시달리면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10년 넘게 기분부전장애(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와 불안장애를 겪으며 정신과를 전전했던 저자와 정신과 전문의와의 12주간의 대화를 엮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지독히 우울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애매한 기분에 시달렸고, 이러한 감정들이 한 번에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서 괴로웠던 저자는 2017년 잘 맞는 병원을 찾아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치료 기록을 담고 있다. 사적인 이야기가 가득하지만 어두운 감정만 풀어내기보다는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속은 곪아 있는 사람들,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제까지 간과하고 있었지만 본인으로부터 나오고 있을지 모를 또 다른 소리에 귀 기울여보게 한다.
저자
백세희
출판
출판일
2018.06.20

이원하 작가의 《제주에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혜성처럼 등장한 독보적 재능, 독특한 이력의 시인 이원하 첫 시집 201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원하 시인의 첫 시집을 펴낸다. 당시 “거두절미하고 읽게 만드는 직진성의 시였다. 노래처럼 흐를 줄 아는 시였다. 특유의 리듬감으로 춤을 추게도 하는 시였다. 도통 눈치란 걸 볼 줄 모르는 천진 속의 시였다. 근육질의 단문으로, 할말은 다 하고 보는 시였다. 무엇보다 ‘내’가 있는 시였다. 시라는 고정관념을 발로 차는 시였다. 시라는 그 어떤 강박 속에 도통 웅크려본 적이 없는 시였다. 어쨌거나 읽는 이들을 환히 웃게 하는 시였다”는 평가와 함께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당선되었다. 그의 시는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라는 독특한 감각의 제목을 달고 있었고, 당선 직후 문단과 평단, 출판 관계자와 새로운 시를 기다린 독자들의 입에 제법 오르내리며 화제가 되었다. 국어국문과나 문예창작과를 나오지 않았고, 미용고를 졸업해 미용실 스태프로 일하고, 영화 〈아가씨〉에 뒷모습이 살짝 등장하는 보조 연기자로 살아온 이력도 한몫했다. 이십대 중반, 늦다면 늦은 때에 문학을 만나 시를 쓰기 위해 제주도로 내려가 산 것과 신춘문예에서 익숙하게 보아오던 형식을 완전히 벗어난 개성 역시.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이제 총 54편의 시를 아우르는 첫 시집의 제목으로 독자들을 새로이 마주한다,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시집을 펼치면 차례 페이지부터 신선하다. 4부로 나뉜 구성에 각각의 부제목이 ‘새’ ‘싹’ ‘눈’ ‘물’이다. 한 음절로 된 단어들인 동시에 ‘새싹’과 ‘눈물’로 읽어도, ‘새싹눈물’로 읽어도 각각 새로운 의미가 발생하는 짤막한 부제목 아래 다소 긴 편인 시의 제목들. ‘여전히 슬픈 날이야, 오죽하면 신발에 달팽이가 붙을까’ ‘나는 바다가 채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 같다’ ‘풀밭에 서면 마치 내게 밑줄이 그어진 것 같죠’ ‘털어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어요’ ‘나를 받아줄 품은 내 품뿐이라 울기에 시시해요’ ‘서운한 감정은 잠시라도 졸거나 쉬지 않네요’ 등등의 제목은 글인 동시에 말 같고, 혼잣말인 듯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인 듯하다.
저자
이원하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0.04.10

조원재 작가의 《방구석 미술관; 오르세 미술관》_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

 
방구석 미술관
《방구석 미술관》은 2018년 출간 이래 방송과 광고업계에까지 ‘방구석 신드롬’과 미술 열풍을 일으킨 원조 미술책으로, ‘미술은 고상하고 우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대중들을 미술에 흠뻑 빠지게 만들며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최장 기간 예술 베스트셀러ㆍ스테디셀러를 차지하며 새로운 미술 교양의 지평을 연 이 책이 2021년, 드디어 100쇄를 돌파했다. 이 책이 오래도록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미술은 누구나 쉽고 재밌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라는 모토 아래, 멀게만 느껴졌던 화가들을 인간미 넘치는 ‘형’과 ‘누나’로 만드는 작가 조원재의 재기발랄한 스토리텔링에 있을 것이다. 〈절규〉의 화가 뭉크가 평균 수명을 높인 장수의 아이콘이 된 사연, ‘영혼의 화가’ 반 고흐가 악마에게 영혼을 빼앗긴 속사정, 그림은 아는데 이름은 모르는 마네가 미술계 거장들의 ‘갓파더’인 이유, 20세기가 낳은 최고의 화가 피카소가 선배 미술을 훔치며 ‘노상강도’라는 소리를 듣게 된 까닭까지, 저자의 특유의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예술가들의 사생활은 물론 명화의 숨은 뒷얘기까지 탈탈 털어놓는다.
저자
조원재
출판
블랙피쉬
출판일
2021.12.21

레몬심리《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_ 기분 따라 행동하다 손해보는 당신을 위한 심리 수업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사무실의 분위기를 크게 좌우하는 한 사람이 있다. 출근하면서부터 ‘나 오늘 건드리면 가만 안 둬…’ 경고를 온몸으로 뿜어낸다. 다른 직원들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고, 이 사람의 오늘 기분에 따라 사무실은 온탕과 냉탕을 오간다. 왜 자기 선에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안 좋은 기분으로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걸까? 하지만 그 사람의 마음도 편치는 않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밖으로 드러나는 감정을 참을 도리가 없다.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야 할 일터에서도 감정 기복을 그대로 보여주면 스스로 손해를 볼 뿐이다. 회사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는 가족에게나 친구에게 안 좋은 기분을 티 내며 소중한 사람을 질리게 만들어버리고 후회하기도 한다. 이 책은 기분을 잘 다스리지 못해 기어이 못난 태도를 보여주고 마는 사람들을 위해 쓰였다. 기분에 조종당하고 감정에 휘둘리는 이들이 꼭 알아야 하는 심리에 대해 주로 이야기한다. 우리는 왜 그리 감정에 흔들리는지, 어떻게 해야 감정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지 명쾌한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저자 레몬심리는 “감정을 통제해야 인생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감정에 끌려 다니는 노예가 아니라 주인으로 바로 서는 방법을 배워야 당신의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
저자
레몬심리
출판
갤리온
출판일
2020.06.30

 

제목독자의 시선을 잡아끌고 의미를 확장한다.

부제책의 주제의식을 강화한다.

물론 출판기획자들은 콘텐츠만 좋으면 책은 잘 팔린다고 한다.

하지만 인지도가 높지 않은 작가의 책이라면 제목이 안 좋은데 잘 팔리지는 않는다.

 

 

7. 서점에 이미 차고 넘치는 이야기는 아닌가?

책을 출판하는 것은 세상에 없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럴듯한 짝퉁을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이미 출간된 동류의 책을 모두 통독하는 것이 좋다. 아마 꽤 팔린 책들의 특성을 금방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뾰족함.

그러니까 좁은 각도에서 특색을 부여한 작품이 대부분이다.

출판 시류에 가장 민감한 이들이 출판사 편집자들이다.

 

편집을 통해 새롭게 부활할 수 있는 작품이 있고, 바닥이 금방 보여 고쳐 써도 어쩔 수 없는 작품들이 있다. 유사 장르의 책에서 보이는 아쉬움으로 내가 쓰면 이보단 맛나게 쓰겠다 싶으면 참 좋은 테마를 잡은 것이다. 반대로 자신이 하려는 이야기를 다른 책에서 더 뛰어 난 방식으로 하고 있다면 원고 기획의 방향은 달라져야 한다.

 

특정 분야를 파기 위해 공부할 때 한 권만 사서 읽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 주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정보를 얻기 위해 샀던 책이 함량 미달의 짝퉁이라면, 당혹감은 이내 배신감으로 변한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진실의 리뷰’ 몇 편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출판 가능성이나 원고에 대한 평가는 사실 출판사 편집장에게 듣는 것이 가장 좋다. 그들은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출판된 책 10권 중 4권이 반품창고에서 썩어가고 있기에 시류를 탄 작품은 유행의 끝물이라며 거절하고, 이색적인 작품은 확장성이 없을 것 같다며 마다하기도 한다.

 

책의 명운에 대해선 그들이 틀리는 적이 많지만, 적어도 해당 원고가 책으로 출판될 수 있는 수준의 것인지는 귀신같이 안다. 출판사에서 기획방향을 틀어 재편집하자고 제안하는 원고는 이미 출판의 씨앗을 품은 것이다.

 

 

[책이 밥 먹여준다면] 출판사에서 추천하는 책. "글쓰기 책쓰기, 이 정도는 알고 투고하시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했으니,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쓰는 것만큼 보람찬 일이 또 있을까? "죽기 전에 책 한 권은 쓰고 싶다!" 막상 책을 쓰려면 어디서

culturepreview.tistory.com

 
책이 밥 먹여준다면
이 세상에 우아한 책은 없다. 출판계는 점점 책의 콘텐츠나 작품성보다 상품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현실이다. ‘작가의 가치는 작품성이 아닌 상품성’이라고 명명했을 정도다. 물론 책은 상품이라 할 수 있다. 책은 그 자체로 고상하지 않지만, 책의 언어는 다르다. 일상의 지옥에서 아파하는 사람을 끌어올릴 수도 있고 사유방식도 변화시킬 수 있다. 그것이 책이 가진 힘이다. 꾸준히 좋은 책으로 사람들에게 읽히기 위해서는 책의 상품성과 함께 고려해야 할 다양한 문제들이 가득하다. 이 책은 생애 첫 책을 준비하거나 1인출판사를 준비하는 사람들, 미래의 출판인과 작가를 꿈꾸는 이에게 맞춰져 있다. 따라서 대형 출판사의 마케팅 방법보다는 작은 출판사가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지를 고찰했다. 필자 나름대로는 출판을 준비하거나 출판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현장에서 간과하기 쉬운 33가지 팁을 정리하며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을 담으려 노력했다. 세세한 실무 영역을 다루려면 끝이 없기에 몇 개의 사례만으로도 현장의 감을 느낄 수 있도록 편집했다. 1장은 책의 본질과 출판시장에서 책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트렌드를 살펴본다. 2장 ‘책 쓰기’에서는 글쓰기 훈련과 작가가 되고 싶은 이들이 책을 엮을 수 있는 콘텐츠, 투고의 방법 등을 소개한다. 3장 ‘출판하기’에선 저자의 권리와 계약 방법, 출판의 유형 등을 알아보고 자신과 맞는 출판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4장 ‘출판하는 사람들’에서는 출판사의 창업과 북 마케팅 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출판 환경은 녹록지 않다. 시중에 나온 책 중 20%만이 독자들의 선택을 받는다. 출판되는 책 중 절반 정도가 반품되고, 그중 절반은 매해 파쇄공장으로 보내진다. 미디어의 영향으로 사람들은 예전보다 책을 멀리하고 있으며, 그만큼 출판시장은 더 어렵다. 무엇이든 빨리 받아들이고 빠르게 바꾸어버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은 출판 트렌드에서도 나타난다. 종이책에 대한 여전한 존중으로 읽기와 쓰기를 가장 고차원적인 인간의 창조력이라고 믿는 북유럽에 비해 한국의 출판시장은 매우 작고 트렌드도 다소 획일적이다. 필자가 이 책을 쓰는데 이러한 한국의 출판시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저자
이훈희
출판
가연
출판일
2021.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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