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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밥 먹여준다면

베스트셀러, 시류에 앞선 첫 목소리 '오리지널리티'

by 훈훈하니 2023. 2. 8.

어떤 책이 많이 읽힌다는 것은 대중의 욕구를 예리하게 담았거나,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는 의미다. 책의 시류는 결국 사람과 사 회의 변화에 그 답이 있는데, 이런 걸 다루는 학문이 인문학이다.

 

인간에 대한 인류의 모든 탐구를 인문학(Humanities)이라 하고 객관세계(자연)에 대한 연구를 자연과학(Natural Science)이라고 한다. 과거엔 자연과학에 대비해 사회를 탐구한다고 사회과학(Social Science)이라고도 표현했다. 하지만 사회과학이 사회운동을 규정하는 법칙을 규명하는 과학적 방법론인데 여기서 그 ‘과학적’이라는 것이 ‘사회를 인식하는 객관적(물적) 방법론’을 뜻하기 때문에 자연과학과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문이 고도화되고 융합되면서 더는 과거의 규정이 변화를 담지 못하게 된 것. 현재까지도 각 대학에선 사회과학과 인문학의 개념을 섞어서 사용한다. 정치학, 경제학, 법학, 자본주의 연구 등이 사회과학이라면 인문학은 종교, 철학, 문학, 역사, 심리, 인류사 등 고대에서부터의 인간에 대한 탐구 대부분을 포괄한다. 

 

JTBC의 <차이나는 클래스>, tvN의 <어쩌다 어른>, <알쓸신잡>, KBS1의 <명견만리>, <역사저널, 그날>, CBS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MBC의 <선을 넘는 녀석들> 등등 모두 인문학 채널이라 할 수 있다.

 

인문학 채널스타강사를 배출하고 스타강사는 “출판깡패”가 되어, 책만 내면 베스트셀러를 차지한다. 건국이래 우리 국민이 이토록 인문학 공부에 빠져있던 적이 있었나. 누구는 인문학 열풍이 “애플은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접점에 있다.”라고 한 스티브 잡스 때문이라고도 한다.

 

한국인이 과연 성공에 대한 욕망없이 움직이겠냐는 말인데, 실제로 사업의 성패는 결국 미래에 대한 예측력이고, 이 예측력은 인문학에서만 얻을 수 있다는 인문학 강사의 발언도 심심찮게 접하게 된다.

 

인문학 열풍이 워낙 거세다 보니 회식대신 인문학 강연을 듣게하는 회사도 생겼고, 인문학 도서를 읽고 10분 안에 요약 발표하는 'TED'식으로 조회하는 사장님도 있었다.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는 미국의 비영리 재단에서 운영하는 강연회를 말한다.

 

2018년에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이런 사회적 흐름을 반영한 출판이었다. 이후에 도 시리즈는 쉬지않고 나왔는데, 1편 〈멈춤〉, 2편 〈전환〉, 3편 〈전진〉, 4편 〈관계〉, 5편 <연결>에 이어 6편 <뉴노멀>까지. 인문학 집대성의 느낌이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한정판 박스 세트)(전3권)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책을 집어 들었더니 세상이 더 넓어졌다!” 하루 30분 인문학 수업으로 10만 대한민국 직장인의 공감을 이끌어낸 《퇴근길 인문학 수업》 시리즈 “어려운 설명 하나 없이 나를 둘러싼 세상을 설명하는 책!” “지하철에서 읽다 내릴 역을 지나쳤다.” “매일매일 수업을 듣듯 읽으며 배움의 기쁨을 다시 찾았다.” 무엇을 시작하기도 애매한 퇴근길에 짧은 호흡과 쉬운 언어로 쓰인 인문학 수업을 만난 직장인들이 열광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 시리즈의 토대가 된 백상경제연구원의 강연 프로그램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이하 고인돌)〉의 수강생이 어느덧 10만여 명을 넘어선 것 또한 바쁜 일상에 치여 배움의 갈증을 해소할 길 없었던 현대인들의 고뇌를 여실히 보여준다. 출간 3개월 만에 전 3권 모두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에 연착륙한 《퇴근길 인문학 수업》 시리즈가 단단한 박스 세트로 묶여 한정 출시되었다. 소장욕을 자극하는 세트 구성 안에는 집단지성으로 똘똘 뭉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생생한 지식들이 가득하다. 책의 앞뒤 면지를 활용해 생태학부터 동양 고전에 이르기까지 ‘개념과 관념’을 함께 보여주는 36개의 커리큘럼은 어느새 이 시리즈의 상징이 되었다. 독자들은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여야 하는 책들과는 달리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직접 골라 수업에 뛰어들 수 있다. 말 그대로 일상을 잠시 멈추고〈멈춤〉, 고여 있던 삶의 자세를 되짚어〈전환〉, ‘나’를 벗어나 세상과 조우〈전진〉하는 짜릿한 경험이다. 이미 단권으로 이 시리즈를 먼저 경험한 독자들은 현실에 존재하나 모호한 인문학 ‘개념’들을 쉽게 이해하고, 스스로 ‘관념’적 사유를 즐기는 차원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퇴근은 일의 마침이자, 일상의 시작이다. 일터에서 달궈진 몸과 머리를 멈춰 세우고 나를 다지는 시간이다. 매일의 퇴근길이 모여 내 인생으로의 출근길이 된다. 퇴근 후 하루 30분, 인문학 수업으로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할 시간이다. *시리즈 구성 커리큘럼1 〈멈춤〉. 생존과 공존 / 대중과 문화 / 경제와 세계 / 철학과 지혜 커리큘럼2 〈전환〉. 역사와 미래 / 심리와 치유 / 예술과 일상 / 천체와 신화 커리큘럼3 〈전진〉. 문학과 문장 / 건축과 공간 / 클래식과 의식 / 융합과 이상
저자
백상경제연구원
출판
한빛비즈
출판일
2018.12.08

 

2019년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시리즈나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수업 365》 책 역시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서브타이틀이 거의 약장수 버전인데, 현대인의 인문학에 대한 욕망을 이렇게 풀어썼다.

 

“하루 1분이면 세계의 모든 지식이 내 것이 된다.”

 

 
JUSTICE 정의란 무엇인가
정치 철학가 마이클 샌델의 대표작 《정의란 무엇인가》는 여러 철학자들의 이론을 넘나들며 질문을 통해 스스로 생각해 보게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10대가 읽기에는 다소 어려운 책일 수도 있다. 『10대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는 그런 점을 보완하여 10대 아이들도 정의’란 무엇인지, ‘좋은 삶’이란 어떤 것인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영상 세대에 걸맞게 긴 텍스트보다는 강렬한 이미지와 짧은 글을 사용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본문 속에 등장하는 판단의 상황, 즉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상황을 이미지로 보여준다. 긴 문장보다는 짧은 문장으로 정리해 딜레마 상황을 명료한 내용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10대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통해 어떻게 올바른 삶을 살 것인가, 문제 상황에서 가장 옳은 판단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안내한다. 더불어 책 속에 수록된 여러 철학자의 이론들은 우리 삶이 그만큼 복작하고 다양하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저자
마이클 샌델, 신현주
출판
미래엔아이세움
출판일
2014.11.30

2014년 인문교양 부문 베스트셀러는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정의란 무엇인가》였고, 2017년은 유시민《국가란 무엇인가》였다. 2014년 4월엔 세월호 참사가 있었고 사회 양극화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던 해였다. 2017년 3월엔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있었고 그는 박 전 대통령에 탄핵심리가 한창이던 1월에 이 책을 냈다. 이미 2011년 돌베개에서 이미 출판되었던 책이었음에도 시민의 관심이 모두 ‘국가의 미래’에 쏠려 있을 때 개정판을 낸 것이다.

 

 
국가란 무엇인가
어느 진보주의자의 국가론『국가란 무엇인가』. 이 책은 지금 우리 사회에 요청되는 바람직한 국가관을 모색한 인문교양서이다. 이 책에는 동서고금의 저명한 철학자와 이론가들이 펼친 ‘국가’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일목요연하게 소개되어 있다. 진보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지식인이자 직업정치인이기도 한 유시민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로크, 홉스, 마키아벨리, 마르크스, 스미스, 포퍼, 하이에크, 소로 등의 고전적 저작은 물론 김상봉, 박명림, 이남곡 등의 국내 최근작까지를 두루 살피면서 다양한 국가론의 기원과 이념적 갈래를 고찰하고, 이러한 분석 틀을 토대로 한국의 국가론을 분석·조명한다. 나아가 ‘정의로운 국가’를 수립하기 위한 방향을 모색한다.
저자
유시민
출판
돌베개
출판일
2011.04.18

시대정신이라는 말은 적어도 한 세대 정도의 사회적 변화와 구성원들의 지향점을 담는 말이었다. 물론 시대정신이 금방 바뀐다면 이를 시대정신이라 부를 수 있겠냐마는, 지금은 1~2년 간격으로 짧아진 느낌이다.

 

인문학 열풍과 함께 ‘치유에세이’는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했다》, 《혼자가 혼자에게》,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살고 싶었다》,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이유가 많으니 그냥이라고 할 수밖에》, 《위로받고 싶은 날의 보노보노》, 《나는 나대로 살기로 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미움받을 용기》,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사랑한다고 상처를 허락하지 말 것》,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등이 그렇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치유에세이는 더욱더 많아질 전망이다. 2019년 20대 여성의 자살률은 전년 대비 25.5% 늘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2020년 1월~8월간 자살을 시도했던 20대 여성은 전체 자살 시도자의 32.1%로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2020년 3월에만 여성 노동자 12만 명이 직장을 잃었고 1996년생 여성 자살률이 1956년생 여성에 비교해 7배 높아졌다는 보고가 뉴스를 통해 나왔다. 한국의 20대 여성 노동자들이 느끼는 우울감을 '코호트 효과'라고 분석하는 학자도 등장했다.

 

2017년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다. 170만 부가 넘게 팔렸다. 흥미로운 건 이기주 작가가 출판사 간섭 없이 책을 만들기 위해 1인 출판사를 만들어 낸 책이라는 점이다. 《언어의 온도》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에세이집이다.

 
언어의 온도(170만부 기념 에디션)
언어에는 따뜻함과 차가움, 적당한 온기 등 나름의 온도가 있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어떤 이는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기도 하고, 어떤 이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건네는 문장으로 위안을 얻는다. 이렇듯 ‘언어’는 한순간 나의 마음을 꽁꽁 얼리기도, 그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여주기도 한다. 『언어의 온도』의 저자 이기주는 엿듣고 기록하는 일을 즐겨 하는 사람이다. 그는 버스나 지하철에 몸을 실으면 몹쓸 버릇이 발동한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저자가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 단어의 어원과 유래, 그런 언어가 지닌 소중함과 절실함을 농밀하게 담아낸 것이다.
저자
이기주
출판
말글터
출판일
2016.08.19

2016년 여름에 나온 책이 이듬해 봄에 갑자기 수직 상승해 베스트셀러에 올랐는데, 통상 출판 후 3개월에 90% 정도의 책이 나가고 이후엔 별 볼일 없다는 출판계의 정설을 깨뜨렸다. 《언어의 온도》가 출간되었던 2017년 12월까지의 판매량 중 2016년은 고작 3.3%에 불과했 다.

 

문단은 물론 출판계에서도 이 책의 판매부수는 미스터리였다. 《언어의 온도》 이기주 작가의 인지도는 물론이고 책의 내용이나 형식 모두 특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기주 작가의 후속작 《말의 품격》, 《글의 품격》 역시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언어의 온도》는 지금까지도 스테디셀러다.

 
말의 품격
『말의 품격』은 《언어의 온도》로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은 이기주 작가의 에세이집이다. 경청, 공감, 반응, 뒷말, 인향, 소음 등의 24개의 키워드를 통해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낸다.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과 감성이 더해져 볼거리와 생각거리를 동시에 전한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자신의 말과 세계관에 대해 끝없는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말은 마음을 담아낸다. 말은 마음의 소리이다. 때문에 무심코 던지 한마디에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품성이 말하고 품성이 듣는 것이다. 격과 수준을 의미하는 한자‘품(品)’은 입‘구(口)’가 세 개 모여 이루어져있음을 알 수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격이 된다는 뜻이다. 말을 죽일지 살릴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 천 사람의 귀로 들어가고 끝내 만 사람의 입으로 옮겨지기 때문이다.
저자
이기주
출판
황소북스
출판일
2017.05.29
 
글의 품격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 《한때 소중했던 것들》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기주의 신작 인문 에세이 『글의 품격』. 고전과 현대를 오가는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마음, 처음, 도장, 관찰, 절문, 오문, 여백 등 21개의 키워드를 통해 글과 인생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냈다. 글은 종종 무력하다. 문장이 닿을 수 없는 세계가 엄연히 존재한다. 그러므로 글쓰기가 지닌 한계와 무게를 알고 글을 적어야 한다. 저자는 오늘날 분노를 머금고 우리 손끝에서 태어나 인터넷 공간을 정처 없이 표류하는 문장들이 악취를 풍기는 이유는, 세상사에 너무 즉각적으로 반응하면서 글을 휘갈기다 보니 문장에 묻어 있는 더러움과 사나움을 미처 털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며 글쓰기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전한다. 돌이켜보면 저자는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풍경과 사람과 사연이 오감을 거쳐 가슴으로 흘러 들어오던 순간,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고, 그때마다 현미경 들여다보듯 ‘나’를 탐구했다고 고백한다. 내면에 싹튼 뜨끈한 생각과 감정이 식어버리기 전에 지면과 화면에 바지런히 적었는데, 이처럼 글을 쓰는 일은 마음의 상태를 살피고 기록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하며 삶이 곧 하나의 문장임을 일깨워준다.
저자
이기주
출판
황소북스
출판일
2019.05.29

 

《언어의 온도》 이후 ‘언어’‘품격’출판계의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후 제목에 ‘언어’와 ‘품격’이 들어간 책이 쏟아져 나왔다.

 

《보통의 언어들》, 《부자의 언어》, 《우리가 녹는 온도》,《문장의 온도》, 《시의 온도》, 《장미의 온도》,《관계의 온도》, 《사랑의 온도》,《인간의 품격》, 《태도의 품격》, 《태도의 품격》, 《과학의 품격》, 《행복의 품격》, 《학교의 품격》, 《의심의 품격》, 《유머의 품격》, 《정치의 품격》, 《일터의 품격》, 《나이 듦의 품격》, 《욕의 품격》, 《어른의 품격》, 《사장의 품격》, 《노트의 품격》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심지어 광고 카피는 물론 영화와 공연의 제목도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트렌드가 되었고 장르도 가리지 않았다.

 

 

문단과 출판계에선 지금도 이 책의 대박 기원을 명쾌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의 제목 《언어의 온도》와 작가의 프로필에 끌려 읽게 되었다. 글과 문장에 대한 책에 흥미가 많은지라, 사람의 말과 글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고 골랐다.

 

지극히 개인적 체험이지만, 이후 나와 같은 이유로 책을 읽었다는 이들을 많이 만났다. 책 내용도 그랬지만 나를 끌어당긴 건 ‘저자 소개’였다. 몇 년생에 고향이 어디고 어느 매체를 통해 등단했고 수상경력이 어떤지, 그리고 그 흔한 발문조차 없었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든다. 쓸모를 다해 버려졌거나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쓴다. 가끔은 어머니 화장대에 담담히 꽃을 올려놓는다. 자기소개를 이렇게 과장없이 쓸 수 있다면 내용에도 거품이 없을 것이라 믿었다.

 

이 책의 폭발적 인기의 원인을 단언하기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한 번 읽고 두 번 다시 책을 열어보지 않았다. 분명한 건 이 책을 견인한 계층이 30대 여성이고, 인스타그램에서 공유하기 가장 좋은 형태의 단문이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독서 취향에 관련없이 누구에게 선물해 주어도 그럴듯한 아우라를 가진 제목과 내용이었다는 점이다.

 

늙은 노모에 대한 이야기가 이따금 나오는데, 지친 직장인이 집에 돌아와 날카로운 마음을 치유하기엔 좋은 서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난 이 책 역시 ‘치유에세이’로 분류한다.

 

 
여행의 이유
여행의 감각을 일깨우는 소설가 김영하의 매혹적인 이야기 『여행의 이유』. 꽤 오래전부터 여행에 대해 쓰고 싶었던 저자가 처음 여행을 떠났던 순간부터 최근의 여행까지 자신의 모든 여행의 경험을 담아 써내려간 아홉 개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지나온 삶에서 글쓰기와 여행을 가장 많이, 열심히 해온 저자는 여행이 자신에게 무엇이었는지, 무엇이었기에 그렇게 꾸준히 다녔던 것인지, 인간들은 왜 여행을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고, 여행의 이유를 찾아가며 그 답을 알아가고자 한다. 2005년, 집필을 위한 중국 체류 계획을 세우고 중국으로 떠났으나 입국을 거부당하고 추방당했던 일화로 시작해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목적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는 《추방과 멀미》, 일상과 가족,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피로로부터 도망치듯 떠나는 여행에 관해 다룬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즐겁고 유쾌하게만 보이는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출연하면서 하게 된 독특한 여행에 대한 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등의 이야기를 통해 매순간 여행을 소망하는 여행자의 삶, 여행의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
김영하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9.04.17

 

2019년엔 김영하《여행의 이유》최승필《공부머리 독서법》이 가장 많이 팔렸다. 김영하는 훌륭한 작가지만 예능프로그램 <알쓸신잡>에 출연하기 전까지 그의 작품 판매량이 많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TV 출연이 한몫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2018년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은 하태완《모든 순간이 너였다》였다. 연애에 얽힌 달콤한 솜사탕 같은 이야기다. 이 역시 같은 해 방영되었던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이럴까>를 통해 PPL 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모든 순간이 너였다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바쁜 일상을 살다 보면 문득 내 마음은 돌보지 못한 채, 나의 모든 순간은 정신없이 흘려보낸 채 어두운 밤을 맞이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모든 순간이 너였다〉는 그런 지친 밤, 누군가 나에게 꼭 해주었으면 싶었던 말을 가만히 건네는 책이다. SNS와 전작 〈#너에게〉를 통해 50만 명에 이르는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하태완 작가의 두 번째 에세이로, 위로받고 싶을 때, 설레고 싶을 때, 사람에 사랑에 상처받았을 때… 삶의 모든 순간에 특별한 위로와 공감을 건넨다. 소중한 모든 순간을 나누고픈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지금 이 빛나는 순간을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맞이하고 싶은 나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다.
저자
하태완
출판
위즈덤하우스
출판일
2018.02.16

 

최승필《공부머리 독서법》은 엄마들 입소문과 어린이집, 독서교사 등 아동교육 관련자들의 추천으로 대박을 낸 책이다. 저자가 아이에게 직접 했던 독서체험 공부교육 이야기를 담았는데, 목적이 뚜렷하다. 바로 공부다.

 
공부머리 독서법
전국을 누비며 독서 강연을 하는 독서교육 전문가이자 어린이책 작가, 공독쌤 최승필이 12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독서 논술 수업을 해오며 축적한 노하우를 집약한 독서교육 지침서 『공부머리 독서법』. 학부모들로부터 매일같이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를 책 잘 읽는 아이로 키울 수 있나요?”라는 하소연을 들어온 저자가 가정에서 실현 가능한 독서법만을 엮어 펴낸 책이다. 실제 사례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직접 효과를 본 독서법들을 알차게 담아냈다. 책 좀 읽혀보려고 하면 요리조리 핑계를 대며 피하기 일쑤고, 겨우 책상에 앉혀놔도 책을 구경하는 수준으로 후딱 읽어치우는 아이들. 게다가 우리 아이들은 너무나 바쁘다. 학교에 학원에 공부까지, 학년이 올라갈수록 독서에 할애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아이들과 매일 책을 읽고 있기에 이런 독서교육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저자는 매년 반복되는 초등 우등생들의 몰락 현상을 보면서 독서와 공부의 상관관계를 12년에 걸쳐 연구했고, 축적된 실제 사례와 데이터를 집약해 이 책을 통해 독서교육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다양한 문제에 통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언어능력이 낮은 아이들에게 공독쌤이 내린 처방은 ‘푹 빠져서 읽게 되는 이야기책’이다. 재미있게 책을 읽는 동안 아이들의 머릿속에서는 주요 장면과 줄거리, 인물들의 관계 같은 정보들이 집처럼 구축된다. 연령대에 맞는 이야기책을 읽고 머릿속에 집을 지을 수 있는 아이는 교과서를 읽을 때도 내용을 이해하고, 자기 방식대로 개념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처럼 눈앞에서 강의를 직접 보는 듯한 문장으로 독서교육의 원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독서교육을 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
최승필
출판
책구루
출판일
2018.05.03

베스트셀러 저자나 출판 담당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이 정도로 뜰 줄은 몰랐다고. 반대로 대박이 날줄 알고 큰 금액으로 판권을 사들였던 해외 소설이 중박도 못 터뜨린 경우도 허다하다.

 

폄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베스트셀러는 뛰어난 문학성이나 정보의 함량, 문장력이나 놀라운 체험 이런 것과는 거리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책은 상품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책 역시 소비문화의 정점에 있다. 책은 문화상품이라는 특성을 가진다. 대중의 소비양상 또한 문화로 접근해야 한다. 당시 트렌드를 형성한 책을 보지 않으면 계층의 문화 흐름에서 이탈한다는 생각을 갖는 독자층이 있고, 또 특정 책을 사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더 세련되거나 지적이라고 느끼는 독자들도 있다.

 

단편소설은 심각해서 마음이 무겁고 장편을 읽기는 부담스럽고, 딱딱한 내용엔 눈길을 주지 않았던 독자가 영화를 보러 갔다가 극장 아래층의 서점에서 책 한 권을 고른다면 쉬운 에세이 아니면 대중적 시어를 구사하는 인기작가의 시집, 혹은 재미있는 인문학 서적일 가능성이 크다. 방송이나 유튜브에 자주 출연했던 저자라면 더 유리할 것이다.

 

2000년대 들어 해마다 가장 많이 팔린 책 리스트를 보면 책이 유행을 타고 있다는 것을 읽게 된다. 시대의 휘발성 있는 트렌드이거나, 남들은 보지 못했던 아픈 상처거나, 숨기지 못하는 강렬한 욕망의 '시류'다. 시류는 파도와 같아 밀물이 있고 썰물이 있다. 하나의 시류를 다른 트렌드가 덮으며 전진하는 것, 그것이 출판시장이다.

 

시류를 읽어 유사한 책을 따라 하는 것을 '아류'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느끼는 결핍감과 사회의 벽에 부딪히는 소리에 반응해 첫 목소리를 내는 것바로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다.

 

 
책이 밥 먹여준다면
이 세상에 우아한 책은 없다. 출판계는 점점 책의 콘텐츠나 작품성보다 상품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현실이다. ‘작가의 가치는 작품성이 아닌 상품성’이라고 명명했을 정도다. 물론 책은 상품이라 할 수 있다. 책은 그 자체로 고상하지 않지만, 책의 언어는 다르다. 일상의 지옥에서 아파하는 사람을 끌어올릴 수도 있고 사유방식도 변화시킬 수 있다. 그것이 책이 가진 힘이다. 꾸준히 좋은 책으로 사람들에게 읽히기 위해서는 책의 상품성과 함께 고려해야 할 다양한 문제들이 가득하다. 이 책은 생애 첫 책을 준비하거나 1인출판사를 준비하는 사람들, 미래의 출판인과 작가를 꿈꾸는 이에게 맞춰져 있다. 따라서 대형 출판사의 마케팅 방법보다는 작은 출판사가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지를 고찰했다. 필자 나름대로는 출판을 준비하거나 출판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현장에서 간과하기 쉬운 33가지 팁을 정리하며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을 담으려 노력했다. 세세한 실무 영역을 다루려면 끝이 없기에 몇 개의 사례만으로도 현장의 감을 느낄 수 있도록 편집했다. 1장은 책의 본질과 출판시장에서 책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트렌드를 살펴본다. 2장 ‘책 쓰기’에서는 글쓰기 훈련과 작가가 되고 싶은 이들이 책을 엮을 수 있는 콘텐츠, 투고의 방법 등을 소개한다. 3장 ‘출판하기’에선 저자의 권리와 계약 방법, 출판의 유형 등을 알아보고 자신과 맞는 출판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4장 ‘출판하는 사람들’에서는 출판사의 창업과 북 마케팅 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출판 환경은 녹록지 않다. 시중에 나온 책 중 20%만이 독자들의 선택을 받는다. 출판되는 책 중 절반 정도가 반품되고, 그중 절반은 매해 파쇄공장으로 보내진다. 미디어의 영향으로 사람들은 예전보다 책을 멀리하고 있으며, 그만큼 출판시장은 더 어렵다. 무엇이든 빨리 받아들이고 빠르게 바꾸어버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은 출판 트렌드에서도 나타난다. 종이책에 대한 여전한 존중으로 읽기와 쓰기를 가장 고차원적인 인간의 창조력이라고 믿는 북유럽에 비해 한국의 출판시장은 매우 작고 트렌드도 다소 획일적이다. 필자가 이 책을 쓰는데 이러한 한국의 출판시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저자
이훈희
출판
가연
출판일
2021.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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