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 개의 출판사가 6만 종을 찍어낸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출판되는 책은 어느 정도일까?
2019년 통계에 따르면 65,432종이다. 부수로 계산하면 9,979만 3,643부, 평균 발행 부수는 1,525부다. 아동·학습지가 상당수 차지하고 있고 그 외 분야의 책들은 모두 1,000~1,200부 정도를 찍었다.
슬픈 현실이지만 순수과학과 예술 분야의 책은 700부 정도가 평균이었다. ‘발행’했다고 책이 다 팔리진 않는다. 실제 판매된 부수를 감안하면 500부 정도가 아닐까 추측한다.
<2019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단행본 유통업체의 한 해 입고 부수가 59만 3,039부인데 비해 반품 부수는 24만 3,012부였다. 40%가 넘는 반품률이다.
이 중 절반이 파쇄공장으로 보내진다. 출판사에서 판매부수가 1,000부를 넘기면 왜 가슴을 쓸어내리는지 이해되는 대목이다. 하루에 181권이 세상에 쏟아지는 셈이다. 책의 평균 정가는 16,000원, 평균 면수는 278쪽이었다.
보통 500부가 팔리고 작가는 64만 원을 번다
만화와 아동 학습지를 제외하면 1년에 대략 5만 명 정도의 저자가 책을 내서 평균 500부 정도를 판매한 것 같다. 도서정가 16,000원에 평균 8%의 인세를 적용하면 한 사람이 벌어들이는 인세는 64만 원 정도 되는 셈이다. 여기서 자비출판 서적이나 종교시설 등에서 자체 교육을 위해 출판된 책을 제외하면 이 수치는 훨씬 떨어질 것이다.
계산을 이렇게 추측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국내엔 서적 판매량을 100%통합 고시하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저자 출판사 도서 판매정보 공유시스템'을 개발해서 운영 중이지만 모든 출판사가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따라서 해당 출판사와 귀신만 알고 대형 서점조차 자신의 플랫폼에서 팔린 부수만 알 수 있는 구조다.
서적 판매량과 유통이 불투명한 구조는 출판시장을 왜곡한다. ‘도서 사재기’가 대표적이다. 출판사가 마케팅 업체에 의뢰하면, 업체는 북클럽 등의 회원들에게 특정 서점에서 해당 도서를 사게 하고 책을 샀다는 인증만 하면 1만 원의 상품권을 주거나 서점 회원정보를 이용해서 마케팅 업체가 대량 구매하는 게 고전적인 사재기 방식이다.
7만 출판사 중 6천 곳만 살아남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출판사는 몇 개나 있을까?
2020년 11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되어 폐업하지 않은 출판사는 총 73,580개다. 이 중 6만 7천여 개의 출판사는 대부분 책 한 권에서 끝나거나 단 한 권도 출판하지 못한 출판사일 것이다. 폐업 신고만 안했을 뿐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인 셈이다.
2019년 상반기 동안 책을 단 한 종이라도 낸 곳은 5,720개사며 모두 42,533종을 발행했다. 6개월 동안 평균적으로 출판사 한 곳에서 7.4종을 발행한 셈이니, 국내의 의미있는 출판사는 6천 개 미만이라고 봐야 한다.
연간 억 단위 순익을 내는 출판사는 상위 0.01%
대형 출판사는 어떤 곳을 말하는 것일까?
금융감독원에 회계감사 결과를 보고하는 70개 정도 출판사를 주요 출판사로 분류하는 것 같다. 금융감독원에 공시하는 기업은 상장사이거나 자산총액 1천억 원이 넘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보는 것이다. 물론 공시하지 않는 대형 출판사도 있다.
2018년 기준, 70개 대형출판사는 최고 7천억 원에서 최저 37억 원까지 매출을 올린다. 영업이익은 731억 원부터 165억 원까지 분포되어 있어 비교가 의미 없을 정도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비할바 없이 높은 곳은 대부분 교과서 제작사나 학습지 배포를 겸하고 있는 출판사다.
이 중 단행본 출판사 25곳만 집계하면 최고 매출 338억 원에서 최저 11억 원으로 분포되어 있다.
25곳 단행본 출판사는 위즈덤하우스, 시공사, 문학동네, 북이십일, 김영사, 창비, 웅진싱크빅, 길벗, 민음사, 알에이치코리아, 다산북스, 학지사, 마터텅, 아가페, 비룡소, 한빛미디어, 넥서스북, 박영사, 쌤앤파커스, 영진닷컴, 가나문화콘텐츠, 계림북스, 을유문화사, 자음과모음 학습서, 개암나무 등이다.
영업이익이 가장 큰 곳이 38억 2천6백만 원을 기록한 민음사였고, 매출 1위인 위즈덤하우스는 영업이익에서 20억 원이나 적자를 기록했다. 25개 대형 출판사의 평균 영업이익은 2억 4천만 원이었다.
영업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일반관리비 및 판매비를 제외한 금액을 말한다. 일반관리비와 판매비는 상품의 판매활 동과 기업의 유지관리 활동에 필요한 비용이며, 인건비, 세금 및 각종 공과금, 감가상각비, 광고선전비 등을 들 수 있다.
영업이익이 높다고 당기순익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시설 투자나 부채비율 등으로 영업이익은 흑자인데 순이익은 적자가 날 수도 있다. 반대로 영업 이익이 마이너스라도 영업외수익이 대거 발생하면 당기순이익이 나올 수 있다. 보유자산을 팔아도 영업외수익이 발생한다.
여기서 기계적이지만 단순한 결론이 나온다. 책을 내고 있는 출판사 중 1년에 억 단위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출판사는 상위 0.01%에 불과하다. 그리고 한국은 1가구 평균 1년 서적 구매비는 11,690원이다.
베스트셀러 욕심보다 꾸준히 새로운 이야기를 던지는 책 출판시장을 분석하면 우리는 2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세상에 작가는 많고 대부분 1,000부를 넘기지 못한다. 그리고 99%의 작가는 집필활동만으로는 생활을 유지하기가 마땅치 않다.
책을 내기도 쉽고 저자가 되기도 어렵지 않지만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칠만큼의 작가가 되기는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부정적 전망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책을 내고 저작권을 지니는 것을 조금 쉽게 보고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다.
베스트셀러는 역동하는 민심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저자가 욕심낸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특정 분야에서 신뢰할 수 있는 작가는 될 수 있다.
500부를 목표로 하고 책을 내는 것도 좋다. 무조건 첫 책을 히트시켜야 한다는 부담은 덜어내자. 현실적이지도 않고 장기적으로도 도움이 안 된다. 500부와 3,000부의 판매수입은 하늘과 땅 차이지만, 이를 결정하는 요소는 모호할뿐더러 마케팅의 사소한 지점에서 영향을 받기도 한다.
100부와 500부의 차이도 꽤 크다. 100부는 상품성이 없는 책이라는 뜻이니까.
베스트셀러에 대한 욕심보다 자기 스타일을 구축하며 꾸준히 독자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책이 밥 먹여준다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쓰기][꼭 알아야 할 강좌] 퇴고할 때 필요한 원칙 5가지... "모든 초고는 쓰레기" (0) | 2023.02.17 |
---|---|
[책쓰기][꼭 알아야 할 강좌] 글쓰기에 필요한 6가지 원칙... 우선 써라. 굳은살부터 만들어야~ (0) | 2023.02.14 |
[책쓰기][꼭 알아야 할 강좌] 출판사에 보낸 원고(투고)가 거절당하는 7가지 이유 (0) | 2023.02.13 |
에세이 대세가 된 단어 "치유"와 "힐링" (0) | 2023.02.11 |
베스트셀러, 시류에 앞선 첫 목소리 '오리지널리티' (0) | 2023.02.08 |
욕망과 결핍의 아이콘, 베스트셀러 (0) | 2023.02.06 |
좋은 책, 나쁜 책, 이상한 책... ③ 이상한 책 (0) | 2023.02.05 |
좋은 책, 나쁜 책, 이상한 책... ② 나쁜 책 (0) | 2023.02.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