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을 주기 위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신뢰다. 신뢰를 주는 것은 구체적인 말과 행동들이다. 상대방이 스스로 초라하거나 치사하게 느끼지 않게 먼저 말하고 먼저 안심시켜 주는 말과 행동들이다. 침묵의 시간이 길어질 때면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도 좋다.
언제 어디서든,
삶의 어느 순간이든,
모든 것을 다 말하고 공유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상대를 미리 안심시켜주는 편이 좋다.
이를 위해서는 신뢰가 필요하고 그 신뢰는 구체성을 필요로 한다.
아이를 키울 때도 마찬가지다. 엄마에게 가장 힘든 점은 엄마에게도 필요한 독립된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를 얻지 않고서는 건강한 엄마 노릇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함께 있는 시간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혼자 있는 시간이 건강해야 한다. 그 혼자 있음을 건강하게 하는 것은, 분리 불안의 극복이다. 이것은 아이의 문제만은 아니다. 엄마 또한 분리 불안을 겪는다. 항상 곁에 있고 내게 의존하는 아이가 눈앞에 보이지 않을 때 느끼는 것은 해방감과 더불어 아이에 대한 걱정이다.
이후 아이를 다시 마주했을 때 더 심해졌을 아이의 투정과 불만을 대면할 생각에 미리 불안하기도 하다.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분리 불안을 상대 탓으로 돌리며 외면한다.
내가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당신,
나를 믿지 못해 불안해하는 당신,
한 말을 또 하고 또 해서 나를 궁지에 몰아넣는 당신.
그러나 생각해보라. 당신은 미리부터 상대에게 공격받을 태세를 갖추고 있었던 건 아닌가. 그 불안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신뢰하지 않거나 신뢰받지 못하리라 짐작해서 그런 건 아닌가.
해결 방법은 있다. 구체적인 말과 행동으로 당신의 삶과 사랑을 파트너에게 예측가능하게 해 주면 된다. 예측가능성은 곧 신뢰도이기도 하다.
잠시 떨어져 있더라도 미지의 세계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곧 돌아와 곁에 있으리라는 믿음이 단단히 자리할 때 관계는 원활하게 유지된다. 100% 예측가능성의 관계로 살아내라는 건 아니다. 약간의 놀람과 기대는 필요하다. 그 역시 관계 내에서 조정해낼 과제다. 관계는 끊임없는 노력과 협상의 산물이니까.
연인 간의 신뢰에도 ‘레벨’이 존재한다고 한다. 주로 사귄지 오래지 않은 커플들이 머물러 있다는 1단계는 신뢰라기보다 ‘넌 절대 날 배신 못 할 거야.’라는 생각에 가깝다고. 신뢰를 깨면 상대가 잃을 것이 많기 때문에 나를 배신 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 에이, 내 남친은 나랑 같은 부서에다가 공개 커플인데, 절대 바람 못 피울 거야. 그랬다간 회사도 못 다닐걸?”
“우리 와이프는 애 때문에라도 바람 못 피워.”
“쟤 주변에는 나밖에 없어. 나 절대 못 떠난다니까.”
이런 것도 신뢰인가 싶은 마음이 드는 신뢰의 1단계는 한마디로 계산적인 신뢰다.
이 단계에서 가장 큰 위험은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것!
설령 애인을 배신하더라도 내가 얻는 게 더 많다면 신뢰는 깨질 수 있다.
2단계는 경험을 통해 쌓은 신뢰다.
쉽게 말해 ‘내가 이 사람을 겪어봤더니 믿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것!
아직까지는 내 믿음을 저버린 적이 없어서 믿어 줄 만하다는 것이다.
“내 남친은 여자 많은 데 보내도 별문제 없더라고. 그래서 항상 믿고 보내지.”
“걔는 원래 나 말고 다른 남자들한테 별로 관심 없어. 그래서 별걱정 없지.”
“3년 만났는데, 아직까지 거짓말한 적 한 번도 없어요. 그래서 믿음이 가죠.”
이런 믿음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실제로 사이좋은 많은 커플들이 이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위험성이 존재한다. 겪어본 일까지만 믿을 수 있고, 내가 모르는 부분에 대해선 선뜻 믿음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인들은 믿음이 탄탄하다고 생각하지만 한 번의 실수로도 깨질 수 있다. 단지 지금까지는 안 그랬기 때문에 믿어준 것이었으니까.
마지막 3단계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형성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믿음이다. 연인들이 이 단계에 오르면 결혼을 생각하게 될 것이고, 결혼한 부부라면 원만한 결혼생활이 가능해진다.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너라서’ 믿는 거다. 서로에 대해 잘 아는 수준을 넘어서 상대의 욕망, 신념, 가치관까지 공유하고 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난 널 믿어.”
혹은 이 말조차도 필요 없다. 상대가 여전히 믿을만한 상대인지 꾸준히 관찰하고 감시할 필요도 없다. 혹 실수로 믿음을 깨는 일이 생겨도 신뢰는 사라지지 않으니까. 그리고 ‘너니까’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단계에 올라서면 평생을 함께 할 수도 있는 사이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걸 잊지 마시라. 3단계로 직행하는 커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신뢰를 쌓기 위해선 나름의 전략이 필요하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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